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호주에 호텔도 짓는다 소림사 '상업화 마이웨이'

알림

호주에 호텔도 짓는다 소림사 '상업화 마이웨이'

입력
2015.03.05 18:49
0 0

현지에서 부동산 투기 논란

영리 추구 비판에 흔들림 없어

"대중에게 쉽게 다가서고

불교ㆍ중국문화 전파" 옹호

샤오린쓰 학생들이 인근 운동장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다. 신화통신
샤오린쓰 학생들이 인근 운동장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다. 신화통신
샤오린쓰 기업화를 이끌고 있는 스융신 주지. 신화통신
샤오린쓰 기업화를 이끌고 있는 스융신 주지. 신화통신

중국 허난성(河南省) 쑹샨(嵩山)에 위치한 샤오린쓰(小林寺) 운동장. 이곳에서는 매일 영화 ‘샤오린 축구’를 연상케 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청소년 수련생 40여명이 축구공으로 ‘축구 수련’을 하고 있는 것. 무술 고수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리오넬 메시, 데이비드 베컴 같은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샤오린쓰는 최근 인근 330만㎡ 부지에 ‘글로벌 샤오린 축구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가 하면, 아예 카메룬 국가대표 선수 출신을 축구 코치로 영입하기도 했다. 샤오린쓰 무승 훈련기지 관계자는 “쿵푸와 축구 사이에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며 “샤오린 무술 정신이 축구에 더해 지면 훈련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샤오린쓰가 이처럼 축구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축구 굴기(屈起ㆍ우뚝 섬)’ 정책에 발맞추는 한편, 자체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샤오린쓰에는 외국인 학생들만 1,0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연간 무술 수업료는 한 명당 1,000만원을 호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속과의 인연을 최소화하고 무술 수련에만 정진했던 과거 샤오린쓰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다.

호주에도 복합 문화단지 조성

샤오린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거액을 들여 호주에 제2의 샤오린쓰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 샤오린쓰는 남동부 해안 휴양지 숄헤븐에 ‘제2의 샤오린 사원’뿐 아니라 4성급 호텔과 골프장, 쿵푸학원 등이 들어서는 복합 문화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샤오린쓰는 최근 416만 호주달러(약 36억원)를 들여 이 지역 토지매입을 완료했다. 토지 규모는 무려 1,200만㎡로 서울 여의도의 1.5배다. “호주에 샤오린 무술을 전파할 것”이라며 2006년부터 이 계획을 추진해 온 샤오린쓰는 샤오린촌 건설에 총 3억8,600만 호주달러(약 3,330억원)를 쏟아 부을 계획이다.

하지만 “샤오린촌에 절과 쿵푸 학원 정도만 짓겠다”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최근 호텔에 골프장, 별장과 주택까지 집어 넣겠다고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가뜩이나 샤오린쓰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던 여론에 불을 질렀다. 실제로 숄헤븐시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 의회는 “부동산 투기에 나선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주 의회는 지난해 8월 샤오린촌개발안을 통과시키면서 공청회까지 개최하기도 했다.

이에 스융신 주지는 지난 3일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에 참석, “호주 복합문화단지에 들어서는 건축물 중 호텔과 골프장은 샤오린쓰가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업화 논란의 역사

사실 샤오린쓰의 상업화 논란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1996년 인터넷 도메인을 신청, 중국 내 사찰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어 사이트를 개설했고 98년 승려들의 무술공연을 담당하는 ‘샤오린쓰 실업발전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영리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1999년 미국 경영학 석사 출신인 스융신 현 주지가 최연소(당시 34세)로 주지에 취임하면서 ‘거대기업’을 향한 샤오린사의 행보가 본격화 됐다.

2004년에는 ‘샤오린 약국’ 명패를 내걸고 역대 고승들의 건강 비법을 집대성했다는 의약품을 생산했고 화려한 무술과 스타들을 내 세운 영화산업에도 뛰어들었다. 2008년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 수련복과 신발, 티셔츠를 판매했는데, 샤오린 무공이 담긴 비급을 9,999 위안(약 160만원)에 ‘할인판매’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개최한 ‘중국 현(縣) 경제와 전자상거래’포럼에 샤오린무술승려단장 스롄루(釋延魯)가 제자들을 대동하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스 단장의 방문은 샤오린 무술을 학습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거대 기업이 된 샤오린쓰

이제 샤오린쓰는 명실공히 세계 정상급 거대기업이 됐다. 산하에 샤오린쓰 약국, 식품발전유한공사, 권법연구회, 무술승려단, 적십자회, 서화(書畵)연구원, 중화참선 연구회, 자선복지기금회, 영화공사 등 9개 기관이 있다. 샤오린쓰 승려는 400여명에 불과하지만 ‘기업 샤오린쓰’의 직원은 1,300명을 넘는다. 샤오린쓰가 있는 허난성 산골마을 덩펑(登封)시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것도 이 즈음이다. 연간 관광객은 700만명(누적 방문객 1억명 이상)을 넘고 덩펑시 관광 수입에 상당 부분(70% 이상)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쿵푸를 배우려는 사람이 점점 많아 지자 세계 각지에 해외센터를 건립했는데 ‘외국인 제자’가 3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샤오린쓰의 한 승려는 “1980년대 샤오린쓰에는 먹을 것도 제대로 없었고 뿔뿔히 흩어져 승려가 10여명도 안될 때도 있었다”며 “영리 사업을 시작한 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말했다.

상업화의 빛과 그림자

차이나데일리는 샤오린사의 해외리조트개발 소식을 전하면서 “샤오린사가 지나친 상업주의로 비판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 평론가도 “샤오린쓰의 변화는 근본마저 배반하고 있다”며 “몸과 정신을 수련하는 선(禪)과 무(武)에서 멀어져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샤오린쓰 주변을 가득 메운 잡상인과 우후죽순 늘어선 80여개의 사설 무술학원들, 그리고 사찰 부실 관리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승려들의 수행법 중 하나인 샤오린 무술이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불교가 지나치게 상품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스마 사찰의 선두주자’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2012년 중국판 트위터 등을 통해 전세계 네티즌들과 소통, 팔로워들이 6만명을 넘었다. 또 전 사찰에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고 젊은 스님들 대부분이 스마트 폰을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된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스융신 방장의 신념은 확고해 보인다. 상업화를 통해 불교 및 중국문화를 전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혹자는 이윤 추구를 위해 사업을 하고 혹자는 생존을 위해 사업하지만 샤오린쓰는 후자에 해당한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