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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앱 '안심예약제' 한달, 콜센터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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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앱 '안심예약제' 한달, 콜센터가 웃었다

입력
2018.03.23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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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의 실험 긍정적 반응

예약이 겹쳐 취소된 경우

고객에게 더 좋은 숙소 제시

21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여기어때 고객센터에서 윤진욱(왼쪽부터) 고객지원팀장과 전홍욱 고객만족팀원, 박찬건 센터장이 활짝 웃고 있다. 곽주현 기자
21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여기어때 고객센터에서 윤진욱(왼쪽부터) 고객지원팀장과 전홍욱 고객만족팀원, 박찬건 센터장이 활짝 웃고 있다. 곽주현 기자

“1년 가까이 고객센터에 근무하면서 ‘친절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하나 때문에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은 이번에 처음 들어봤어요.”

숙박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여기어때가 지난달 20일 내놓은 ‘안심예약제’가 시행 한 달 만에 회사 안팎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안심예약제는 숙박업소 사정으로 오버부킹(예약을 겹쳐 잡는 것)이 발생할 경우, 업체와 고객을 중개한 여기어때에서 피해 고객에게 더 좋은 대안 숙소를 제시하는 제도다. 고객의 불쾌함을 최소화해 업게 전체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려는 것이 여기어때가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상담원들은 제휴사 측에서 예약 취소를 알려오면 그 즉시 인근에서 더 나은 객실을 세 군데 정도 알아본 뒤 고객에게 전화를 건다. 취소된 객실이 침대 하나짜리 방이었다면 침대 두 개짜리 방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기존 예약한 방보다 비싸더라도 차액은 여기어때에서 전적으로 부담한다. 숙소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반경 3~5㎞ 이내, 지방 소도시 경우에는 도시 내에서 숙소를 찾는다.

당장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이다. 기존에는 일방적 예약 취소를 전하다 보면 불만을 쏟아내거나 심지어 과도한 비용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었는데, 안심예약제 도입 이후 그런 사례가 뚝 끊겼다는 것. 윤진욱 여기어때 고객지원팀장은 “저희 고객들이 원하는 건 ‘숙박’이기 때문에, 취소 당했을 때 불쾌감은 돈이나 포인트로 보상해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대안 객실을 제공한 뒤 만족도를 조사해봤더니 이용 고객의 91.3%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고객들 불만ㆍ보상 요구 사라지고

“친절 처리 감사합니다” 칭찬

감정노동 시달리던 센터직원들도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위드이노베이션 제공
위드이노베이션 제공

안심예약제는 예상 외의 긍정적 효과도 낳았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던 고객센터 직원들의 부담이 훨씬 줄어든 것이다. 21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여기어때 고객센터에서 만난 안심예약제 전담팀 직원들은 “요즘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근무 2년차 전병욱(22)씨는 “예전에는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 상대방이 화를 내면 낼수록 답답했었다”면서 “이제 내가 고른 대안을 제시해줄 수도 있고, 고객들도 꼭 고맙다, 고생했다는 말을 남기기 때문에 더 기분 좋게 고객을 응대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안심예약제 업체 사정으로 인한 취소 건수. 송정근 기자
안심예약제 업체 사정으로 인한 취소 건수. 송정근 기자

실제로 폭언이나 욕설, 과도한 요구를 해 상담원들을 힘들게 하는 ‘강성 민원’ 건수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전씨는 “이전에는 30분에서 1시간 통화해야 겨우 고객을 설득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10~15분만에 웃으면서 통화를 종료한다”면서 “한 달 동안 ‘강성 고객’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안심예약제 도입 후 강성 민원 수가 72%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행 초기지만 제휴를 맺고 있는 숙박업체 업주들도 변하고 있다. 윤 팀장은 “우리가 제도에 대한 안내를 하면서 진정성을 보이면 업주들도 미안해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한다”면서 “일단 한 달 간은 두 번 이상 같은 실수를 한 업주가 없는 걸로 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 한 달 평균 2,500여 건이던 업체 요청 취소 건수는 제도 시행 한 달 간 평균 2,000여 건으로 줄어들었다. 시행 초기 제도를 알리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제휴사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여기어때가 숙박업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혁신프로젝트 일환인 안심예약제를 통해 업계에 만연했던 오버부킹 관행을 없애고, 고객들의 만족을 최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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