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패키지 예약, 작년비 82% ↓
중국인 관광객 감소세 유독 커
지난 10일 밤 8시35분, 제주발 서울행 제주항공의 탑승권이 불과 3,600원에 나왔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단체 여행객들이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좌석을 비울 수 없어 급매물이 나온 것이다.
항공료에 유류할증료(4,400원), 공항이용료(4,000원)를 포함해도 1만2,000원으로 부산-서울 고속버스 요금(2만3,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제주시민 이성호씨는 “간혹 1만원대 항공권이 나왔지만 휴가철 성수기에 3,000원대 항공권은 처음”이라며 “메르스 때문에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환자가 일주일째 나오지 않으면서 메르스 사태는 진정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메르스 감염 위험국으로 분류되면서 올 여름 휴가철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예년의 5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관련 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7,8월 여름 장사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자조 섞인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항공, 여행, 유통 등 업계와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1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방문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13만명을 넘었다. 7~8월 국내 패키지 관광상품을 예약한 외국인 수는 20만2,54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2만9,536명)보다 무려 82% 급감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81만628명에서 13만2,132명으로 줄어 감소세가 유독 컸다.
이에 정부와 관련업계가 메르스 극복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17일 7개 국적항공사, 22일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65개 외국항공사를 상대로 간담회를 열어 재취항을 독려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과 대만 항공당국에 메르스로 끊긴 항공 노선의 재취항 요청 서한을 조만간 발송하기로 했다. 한국인들이 현재 아무 지장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고, 관광객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라는 내용이다.
인천공항공사도 중국 남방항공, 춘추항공 등 노선을 감축한 항공사들에 이런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기로 했다. 아울러 ‘메르스-프리 대한민국’ 이미지 광고를 해외 유력매체와 중국 바이두ㆍ위챗, 일본 야후ㆍ라인 등 주요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할 방침이다.
항공사들도 외국인 관광객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일본의 여행사들을 상대로 한국 여행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고 대규모 한국방문 팸투어를 이어간다. 대항항공 등은 중국인 여행사 대표, 언론인 등 200명을 대상으로 13일부터 2박3일간, 아시아나 항공은 중국인 200명을 초청해 15일부터 3박4일간 서울 관광을 제공한다. 두 항공사는 이달 말까지 각각 일본인 관광객 팸투어도 진행할 계획이다.
7~8월 해외여행 상품 판매실적이 20%정도 줄어든 국내 여행사들은 비수기보다 저렴한 특가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위축된 여행 심리를 되살린다. 지난달 26일 일제히 여름 정기세일을 시작한 주요 대형 백화점들도 마지막까지 소비심리 살리기에 나섰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가 아무리 애를 써도 관광업계 실적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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