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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국내 상륙, 구글 꼼수가 가로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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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국내 상륙, 구글 꼼수가 가로막나

입력
2016.07.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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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서비스, 국내서버 안 둬

“데이터 해외 반출 허용” 재요구만

“본질은 세금 피하기” 지적 많아

정부 “안보 시설 등 삭제” 요구에

구글 “구시대적 규제” 되풀이

인기 만화 영화 ‘포켓몬스터’ 속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게임을 즐기는 게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포켓몬 고는 구글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구글은 우리나라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허용해 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지만 본질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 실행 화면.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실제 세계를 비추면 화면에 포켓몬 캐릭터가 등장, 이를 잡는 증강현실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 실행 화면.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실제 세계를 비추면 화면에 포켓몬 캐릭터가 등장, 이를 잡는 증강현실 게임이다.

12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호주와 미국 등지에서 잇따라 출시된 포켓몬 고의 미국 내 내려 받기(다운로드) 수는 이미 750만건을 넘어섰다. 포켓몬 고를 제작한 닌텐도의 주가는 11일 25% 가까이 폭등하기도 했다.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거리나 공원 등 현실 속 배경을 비추면 화면에 포켓몬 캐릭터가 등장, 이를 잡는 증강현실(ARㆍ실제 배경 위에 3차원 가상 이미지 등을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 게임이다. 구글 지도와 위성위치확인장치(GPS)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실생활 속에서 포켓몬을 포획하는 도구(포켓볼)를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포켓몬 고’ AR게임 안전사고 경보)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포켓몬 고가 국내에 상륙하지 못하는 이유로 구글 지도와 서버 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용 구글 지도는 SK플래닛에서 산 단순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중교통 길 찾기 등 제한된 기능만 제공하고 있다. 그마저도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져 이용자 불만이 적잖다. 반면 해외에서는 내비게이션, 3차원(3D) 지도, 실시간 교통 정보, 도보 길 찾기 등 다양한 기능이 지원된다.

구글은 국내에서 제대로 지도를 서비스하려면 정밀한 지도 데이터를 서버가 있는 해외로 갖고 나가 가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들의 불편을 덜 수 있고, 국내 업체들도 국내용과 해외용을 따로 만들 필요도 없어져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IT 업계는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면 바로 해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구글이 지속적으로 반출을 요구하는 것은 세금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구글은 서버(사업 설비)가 해외에 있으면 법인세를 징수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데도 한국에 납부하는 법인세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서버를 두고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를 제작ㆍ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2007년 1월 국가정보원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지 9년 만의 재시도다. 우리 정부는 다음달 25일까지 반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 동안 정부는 국가 안보 시설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지 않으면 지도 반출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구글 측은 “상업적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시대적 규제”라며 맞서고 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은 “관련 산업 발전도 중요하지만 남북 대치 상태, 지도상 독도 표기 문제 등 국가적 특수성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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