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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면 인생 바뀔 것"vs "혼란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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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면 인생 바뀔 것"vs "혼란 커질 것"

입력
2018.04.29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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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4] [저작권 한국일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학생들이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판4] [저작권 한국일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학생들이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대학생 이영범(21)씨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고민이 하나 늘었다. 군 복무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공군 자원입대 신청을 해 두었는데, 최근 돌아가는 남북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어서다. 예전 같으면 터무니없었을 ‘통일과 함께 모병제로 전환되거나 군 복무기간이 단축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솔깃해지고, 가능한 만큼 입대를 미뤄야 하나 생각까지 든다는 것이다.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 통일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면서, 그간 기성세대에 비해 관심을 덜 기울였던 2030이 통일 주축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통일 이후 벌어질 일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지침, 그에 대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통일이야말로 인생을 바꿀 기회’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20대 남성에겐 무엇보다 군 문제가 관심이다.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내용이 선언에 포함되면서 “지금 군대 가면 손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청와대 국민청원 제안 게시판에 ‘종전 선언 후 남성들의 군역 강제성 부여해선 안 된다’ ‘종전되면 예비군 훈련 축소하고 점진적 폐지’ 등 관련 청원이 27~29일 60개 넘게 올라왔다.

부동산 투자를 눈여겨보는 2030도 있다. 부모세대의 ‘부동산 신화’를 목격한 이들에게 평양을 비롯한 북한 땅과 접경지역이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는 것이다. 회계사 김용민(30)씨는 “서울에서 아파트 사기 위해 아등바등할 바에야 차라리 지금 파주에 땅을 사두는 게 낫다는 얘기도 벌써 나온다”고 했다.

구직자 입장에서 북한은 새로운 시장이다. 간호사 서모(27)씨는 “통일이 되면 의료 지원 등 간호인력 수요가 높아질 테니 평양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항공우주 분야 연구소에서 일하는 여성구(27)씨는 “현재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로 교수직 얻기가 어려운데 북한 대학 문호가 열린다면 연구 기회가 확대되는 것뿐 아니라 취업 문도 함께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기대들이 시기상조라는 우려 역시 공존한다. 회사원 심모(29)씨는 “통일 방식에 대한 구체적 얘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잘라 말했다. 직장인 박모(35)씨는 “통일이 되면 남한의 세금 부담과 희생은 불 보듯 뻔한데, 환영 반응 일색은 당황스럽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관련 조사를 봐도 2030세대의 통일 인식은 다른 세대에 비해 부정적이다.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통일 이후 통합방안: 민족주의와 편익을 넘어선 통일담론의 모색’이라는 연구총서에 따르면, ‘통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세대별 비율은 20대가 13.7%에 불과해 32.2%와 30.3%에 달한 50대, 60대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50대 이상은 통일을 당연한 일로 여겼다. 정치 경제적 주판알을 튕기는 2030과 달리 50대 이상은 ‘북한과 우리는 한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경향이 강했다. 아버지가 평안북도 실향민이라는 남기욱(53)씨는 “이산가족 찾기와 남북단일팀을 통해 남북한이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통일도 결국에는 꼭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주화 통일연구원 평화협력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의 접촉 기회가 늘어난다면 세대 간 통일 얘기도 좀더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고 합의점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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