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기고] ‘택리지’에서 배우는 지역의 살 길

알림

[기고] ‘택리지’에서 배우는 지역의 살 길

입력
2017.01.18 20:00
0 0
김주수 의성군수
김주수 의성군수

의성군이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먼저 인구가 소멸될 지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보건소 출산장려정책과 연계한 생애주기별 출산장려 통합센터를 운영, ‘저출산 극복 뉴-베이비붐 선도 지자체 공모’에 의성군이 선정되었지만 아직 희망을 가지기에는 이릅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먼저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를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입니다. 경제가 탄탄해야 떠나는 사람이 줄고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택리지>를 쓴 이중환 선생은 사람이 몰리는 고장의 특징을 두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땅이 기름진 곳이 으뜸이고, 배와 수레와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바꿀 수 있는 곳이 그 다음”이라는 것입니다.

그 시대에는 농업이 주요 산업이기 때문에 땅이 기름진 곳을 첫손에 꼽았지만, 현대에 맞추어 해석하면 좋은 기업이 많은 지역일 것입니다. 큰 기업은 한 지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합니다. 지역마다 좋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교통도 중요합니다. 교통 중심지에 사람이 모이고 상업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중환은 기름진 땅이 모자라면 교통의 요지가 차선이라고 했지만, 포괄적으로 생각하면 두 가지는 항상 함께 가기 마련입니다. 교통이 편리하면 기업이 오고, 기업이 오면 반대로 교통이 편리해지기 마련입니다. 두 가지가 상호자극을 하는 구도입니다. 결국 둘 모두 힘을 써야 진정 살기 좋고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 될 수 있습니다.

의성의 나아갈 길도 다르지 않습니다. 산업 발전과 교통이 핵심입니다.

의성은 기존의 농산업을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재래시장 활성화와 도심 경관 조성, 신산업 유치 등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유수의 대기업이 덜컥 이전을 해오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스스로 노력하여 자생적으로 산업을 발전시키고 규모가 작더라도 내실이 탄탄한 기업들을 부지런히 세우고 유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중환이 두 번째로 강조한 교통과 관련해서는 더없이 희망적입니다. 우선 의성은 신도청 배후도시로 다양한 노선을 새로 닦고 있습니다. 신도청 시대를 맞아 착공한 동서를 횡단하는 도로를 의성까지 연결시킨다면 관광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이 발달할 것입니다.

의성은 대구와도 가깝습니다. 교통의 발달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근접한 지역이 되기도 했지만, 애당초 정서적으로 밀접했습니다. 대구는 언필칭 섬유와 패션의 도시입니다. 섬유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문익점이라는 위인과 의성을 마주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익점 선생은 목화를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왔고, 의성은 목회 재배의 중심지였습니다. 대구가 섬유도시로 발돋움하기 이전, 의성을 중심으로 재배된 목화는 조선의 겨울을 따뜻하게 했고, 목면은 일본으로 수출하는 가장 주요한 폼목이었습니다. 목면 산업과 근대 이후 섬유업은 기술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것입니다. 의성과 대구가 바로 그런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원리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중환 선생이 한반도 전역을 다니며 얻은 사람 살기 좋은 곳, 혹은 사람이 몰리는 곳의 기준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또한 한 지역이 가진 역사적ㆍ정서적 특징과 가능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성이 가진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옛 의성인들처럼 우리 역시 새로운 산업에 과감히 뛰어드는 것은 물론, 주변 대도시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정서적 연대를 강화해 사람과 물자가 몰리는 곳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지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습니다. 대도시와 연계해 산업ㆍ관광을 활성화하고 신도청 이전이라는 호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야 합니다. 그것이 의성이 사람이 몰리고 희망찬 미래가 보장되는 지역으로 거듭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김주수 경북 의성군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