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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더기 수선으로는 교육정상화 어려워

입력
2018.03.12 15: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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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됐다. 2022년 도입될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일반고와 직업계 고등학교 각 30개교가 정책연구학교로 지정돼 올부터 3년간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현 고교교육은 대학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과정과 암기식 수업 및 지나친 성적 경쟁으로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 개발과 배움이 미흡하다는 평가와 함께 공교육의 위기를 증폭해 왔다. 고교학점제는 바로 현행 고교교육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혁신할 핵심정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교육부가 언급한 것처럼 고교학점제가 어떻게 학생들을 입시와 경쟁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게 할 것인지, 학생들의 진로설계에 어떤 큰 도움을 줄 것인지 정확한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핀란드 싱가포르 등 6개국은 학생이 선택한 과목의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학생이 전적으로 자기 취향의 과목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미국의 경우 학교마다 혹은 교육청마다 정해놓은 졸업 필수과목이 있다. 영어 수학 과학과목에 국사 세계사 지리와 경제를 포함하는 사회과목, 그리고 보건, 예체능 과목이 들어간다. 학생들은 필수과목과 함께 원하는 과목을 수강한다. 수강신청 전에 학생들은 교과 상담교사와의 면담을 통해 동일과목이라도 보통반(Regents) 또는 우수반(Honors)등 수준에 맞는 수업을 고른다. 우수반도 뛰어 넘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학생은 대학교 수준의 고급학습과정(Advanced Placement)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수한 학점은 대부분 대학에서도 그대로 인정한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고교물리학 수업, 혹은 양자역학이 포함된 대학물리학 수업을 신청해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수준별 교육을 위해 과목별 교사가 많고, 박사학위 취득자 교사도 적지 않다. 학교는 대학진학보다는 사회진출을 선호하는 학생들을 위한 직업학교 연계 특별 프로그램도 두어 빠른 사회진출도 돕는다. 또한 소재지 주변 대학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로 학생들을 대학의 창의적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고등학교 교육의 한계를 보충한다. 학생 고민상담은 학업, 감정심리, 및 진로선택의 분야로 나뉜 전문 상담을 통해 이루어진다. 정해진 과목 교실을 학생들이 이동해 수업을 듣는 형태여서 반 동료 개념은 없다. 학생 이동에 따른 공간의 동선 설계 또한 중요하다. 방과 후 활동이 이뤄지는 동아리는 정말 많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과목 다양화를 선행조건으로 내세우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현재의 대입중심 체제에서의 제도도입이 가져올 학습불균형을 우려한다. 교육부 역시 도시와 농촌 간 지역 불균형을 고민하는 듯하다. 제도도입을 위한 교원 확충 및 시설 증축 등에 따른 재원문제 및 내신평가 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대입제도 개편을 포함해 고교학점제 전면시행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행 고교교육체계는 일률적 수업방식과 낮은 수업참여도에 따라 학생들이 느끼는 학업 성취감이 매우 낮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결해 보인다. 하지만 누더기를 수선하는 것만으로는 새 옷을 만들 수는 없다. 교육으로 새 시대의 인재상을 만들려면 교육제도의 과감한 혁명이 필요하다.

엄치용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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