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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놓치고, 골프백 분실…이미향의 ‘호사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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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놓치고, 골프백 분실…이미향의 ‘호사다마’

입력
2017.07.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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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이 31일(한국시간) 막 내린 스코티시 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노스에어셔=AP 연합뉴스
이미향이 31일(한국시간) 막 내린 스코티시 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노스에어셔=AP 연합뉴스

31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에어셔의 던도널드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스코티시 여자오픈.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이미향(24ㆍKB금융그룹)의 우승을 확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라운드 54홀을 도는 동안 공동선두 김세영(24ㆍ미래에셋)과 카리 웹(43ㆍ호주)에 6타 뒤져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이미향은 우승 욕심을 ‘완전히 버린 채’ 대회에 임할 수 밖에 없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장소인 스코틀랜드를 향해 24일 미국에서 출발했지만 기상 악화로 이륙이 지연된 탓에 연결 편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다음 비행기에 가까스로 몸을 싣고 현지에 짐을 풀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골프 백이 도착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남의 골프채를 빌려 25일 시작된 연습라운드에 임해야 했다.

공식 대회가 시작되기 하루 전 우여곡절 끝에 골프백을 되찾았지만 코스에 적응돼있을 리 만무했다. 1라운드에서 1타, 2라운드에서 3타를 잃으면서 컷 통과 기준인 5오버파를 턱걸이로 넘었다. 그는 막판 대역전극으로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야 비로소 “2라운드가 끝난 뒤 다음주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의 연습이라도 한다는 심정이었다”고 털어놓을 수 있었다.

이미향이 스코티시 여자오픈 4라운드 18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놓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이미향은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노스에어셔=AP 연합뉴스
이미향이 스코티시 여자오픈 4라운드 18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놓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이미향은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노스에어셔=AP 연합뉴스

31일 4라운드가 시작하자 그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전반 9홀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웹과 공동선두를 이뤘다. 후반 들어 웹이 이글과 보기, 더블보기로 널뛰기를 하는 동안 이미향은 안정된 퍼팅으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그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1ㆍ2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샷은 좋았지만 퍼팅이 엉망이라 연습을 많이 했고 3라운드에서 퍼팅 감이 돌아와 4라운드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LPGA투어 통산 41승으로 명예의 전당 멤버이기도 한 백전노장 웹 역시 마지막까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그는 14번 홀에서 이글을 낚으며 2타 차 단독 선두를 내달릴 때 까지만 해도 2014년 파운더스 컵 이후 3년 만에 우승을 추가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6번 홀에서 2.5m 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기록했고 17번 홀에서 친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지며 더블보기로 자멸했다. 샷을 할 때만 해도 완벽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공이 벙커에 빠졌다는 캐디의 말을 듣고 “뭐라고? 무슨 말이야?”라며 당황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이번 대회 71번째 홀 만에 처음으로 벙커에 공을 빠트린 순간이었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던 카리 웹. 노스에어셔=AP 연합뉴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던 카리 웹. 노스에어셔=AP 연합뉴스

결국 웹은 6언더파 단독선두로 경기를 끝마친 이미향에 2타 뒤진 상태로 18번 홀에 들어갔고, 리더보드가 없어서 최소 이글을 잡아야 연장에 돌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 한 채 버디로 경기를 끝마쳤다. 대회 내내 1위를 달리다 마지막 1시간 만에 우승을 빼앗긴 웹은 대회를 마친 후 “정말로 처참하다”는 말로 자신의 기분을 설명했다.

이번 시즌 LPGA투어 최다 타수 차 역전승을 거둔 이미향은 2014년 미즈노 클래식 이후 개인 통산 2승째를 올렸다.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 5,000만 원)를 추가한 그는 상금 랭킹 19위(56만8,013달러)에 올랐다.

그는 약점인 작은 키(162cm)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스윙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스윙의 정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스윙이 흔들리며 고전하기도 했지만 올해 디 오픈 챔피언 조던 스피스(24ㆍ미국)와 여자 세계 랭킹 1위 유소연(27ㆍ메디힐)의 코치이기도 한 카메론 맥코믹에게 지도를 받으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한편, 이날 이미향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LPGA투어 21개 대회에서 절반이 넘는 11승을 합작했다. 미국에서 6승,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 5승을 올리는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최근 3주간 US여자오픈 박성현(24ㆍKEB하나은행), 마라톤클래식 김인경(29ㆍ한화)에 이어 이미향까지 독주가 이어지고 있어 3일 개막하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전망된다.

한국 선수들은 역대 최다승 신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감도 불러일으켰다. 현재까지 거둔11승은 역대 최다승 2위에 해당한다. 남은 13개 대회에서 5승을 추가하면 2015년 15승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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