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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Biz 리더] ‘누구나 쉽게 조종하는 드론’ 꿈이 만든 억만장자

입력
2017.06.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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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중국 DJI의 왕타오 회장.
‘드론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중국 DJI의 왕타오 회장.

20여년 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초등학생은 헬리콥터에 관한 만화책을 읽은 후 하늘에 대한 동경은 키우다 우연히 상점에서 본 모형 헬기에 어린 마음을 모두 빼앗겨 버렸다. 모형 헬기의 가격은 당시 중국 직장인 평균 월급의 7배에 달할 정도로 비쌌다.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던 이 아이는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부해 좋은 점수를 받자 결국 부모님을 졸라 꿈에 그리던 모형 헬기를 품에 안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모형 헬기는 툭하면 추락했다. 일반인 특히 어린 아이가 이용하기에는 조작 방법이 너무 어려웠다. 그는 누구나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2006년 대학 졸업 후 곧 바로 벤처 회사를 차렸다. 전 세계 민간 무인항공기(드론) 시장 1위 기업인 중국 DJI(大疆創新ㆍ다장촹신)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왕타오(汪滔ㆍ37)의 이야기다.

‘드론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중국 DJI의 왕타오 회장.
‘드론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중국 DJI의 왕타오 회장.

‘중국제품 = 싸구려’ 통념 벗고 드론 업계 선두주자로

DJI를 차린 후 왕타오는 카메라가 달린 소형 무선 헬기를 구상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었다. 현재의 드론이다. 왕타오는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 누구나 손 쉽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어릴 적 다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드론은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이것을 쉽게 조종하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그의 목표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였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버전의 제품을 내놓을 때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했다”며 “앞선 업체들을 뒤따라가는 후발주자로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왕타오의 인식은 DJI의 제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DJI를 드론계의 최강자로 올려 놓은 ‘팬텀’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12년 세련된 디자인과 손쉬운 조작법을 가진 팬텀의 등장에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네 개의 프로펠러가 장착된 팬텀은 안정된 자세로 공중에 떠있었고, 조종법도 간단했다. 중국 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도 말끔히 해소한 제품이었다.

팬텀은 미국 타임의 ‘2014년 10대 과학기술 제품’, 뉴욕타임스의 ‘2014 우수 첨단기술 제품’,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로봇’에 선정됐다.

2006년 중국 선전에서 벤처기업으로 문을 연 DJI는 10년 만에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점유율 70%를 차지한 글로벌 최대 드론 기업이 됐다. 지난해 매출은 14억9,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를 기록했고 기업 가치도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넘어섰다. 현재 전 세계 상업용 드론의 표준 기술 대부분을 DJI가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JI의 드론 팬텀.
DJI의 드론 팬텀.

기술력과 빠른 개발, 열린 조직 문화 강점

뭐니 뭐니 해도 DJI의 최대 강점은 기술력과 빠른 개발 속도에 있다. 지난해 8월까지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만 86개다. 이후 최근까지 DJI는 추가로 57개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DJI는 ‘팬텀’이 큰 인기를 누리자 다시 1년도 안 돼 출시한 ‘팬텀2’에 충돌 방지 장치 등을 탑재, 공중촬영 정밀도를 높였다. 2015년 나온 ‘팬텀3’ 3개 모델은 비행 안정성 향상에 성공했다. 작년 3월 선보인 ‘팬텀4’에선 전방 장애물 회피 기능과 대상물의 후방을 추격하는 기능까지 추가했다.

지난해 10월 접이식 드론으로 출시된 ‘매빅 프로’는 크기는 대폭 줄이면서 대상물의 좌우 양측과 전방까지 추격 기능을 확대했다. 이어 작년 11월 출시된 ‘팬텀4프로’는 전ㆍ후방과 좌우 측면 추격 기능에 장애물 회피 기능을 장착했다. 평균 5,6개월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DJI의 ‘혁신 속도’는 5,6년 만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경쟁사를 압도할 수 밖에 없었다.

DJI 창업 초기 불과 10여명이었던 직원 수는 10여년만에 8,000명을 넘었다. 전체 종업원의 33%에 해당하는 2,600여명은 전문 연구 인력이다. ‘덩치가 커져도 연구 인력 비중 3분의 1을 유지한다’는 왕 회장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전체 종업원의 평균 연령이 27세라는 사실이다.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다보니 문화가 수평적이고 근무 연차나 경험보다는 철저히 능력과 성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DJI가 개발한 팬텀.
DJI가 개발한 팬텀.

성공 비결은 똑똑한 머리보다는 ‘실천력’

30대에 억만장자가 된 왕 회장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궁금해하는 이 질문에 왕 회장은 “세상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어리석다“며 ”남들보다 조금만 더 똑똑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어리석음’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바의 본질을 파악하려 하지 않고 유행 등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면서 힘든 길을 간다는 뜻이다. 자신은 그저 원하는 것에 몰두하면서 실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그러다 보니 지금의 위치에 오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왕 회장은 “실천을 통해 어려운 문제를 많이 해결할수록 머리는 더 빨리 트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왕 회장의 이 같은 실천력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스로도 인정하는 완벽주의 성격도 한 몫했다. 왕 회장은 완벽주의 기질 때문에 타인과 교류할 때 많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 같은 철두철미한 성격 덕에 한 분야에서 집요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왕 회장은 마윈 알리바바의 회장이나 레이쥔 샤오미 회장보다 더 주목받는 중국의 차세대 기업가로 꼽힌다. 중국 정부도 드론을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과거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이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상태에서 드론과 같은 차세대 사업은 필수다. 무엇보다 DJI 제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드론으로 평가 받고 있다.

‘머리만 가지고 올 것, 감정은 빼고.’ 왕 회장의 집무실과 DJI 연구실에 걸려있는 문구다. 앞만 보고 달린 ‘드론 미치광이’가 세계를 장악하고 ‘드론계의 스티브 잡스’로 우뚝 설 수 있었던 힘이 나온 원천이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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