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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위 교원 신고 즉시 직위해제… “법 개정안 무죄추정 원칙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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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위 교원 신고 즉시 직위해제… “법 개정안 무죄추정 원칙 어긋나”

입력
2017.12.20 18: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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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서울 한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사범대 학생이라고 밝힌 A씨가 12일 국회에서 발의됐다 일주일 만에 뒤늦게 철회된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글을 올린 뒤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해당 법안은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을 받는 교원이 수사기관에 신고돼 조사ㆍ수사 중인 경우 즉시 직위해제(교사 신분은 남기되 업무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A씨는 “교사들이 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등을 일삼고도 교단에 서서 2차 피해를 주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재추진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 “교사에 대한 반감이 큰 학생들의 허위신고에 무방비다” 등 반론이 잇따랐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2014년 44명에서 2015년 97명, 2016년 135명,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90명에 달하는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죄질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최근 경기 여주시 한 여고에서 교사 2명이 전교생 중 3분의 1 가량을 성추행 한 사실이 드러나 파면되는가 하면, 대구의 한 사립고 교사는 퇴학 위기에 놓인 학생의 학부모를 술집으로 불러 “속옷을 벗어달라”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해 정직 처분을 받았다.

즉시 직위해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렇게 교원들의 성 비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둘러 가해자(교사)와 피해자(학생)를 분리하지 않으면 2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은 형이 확정돼 교육공무원으로서 결격 사유를 갖거나 학교나 관할 교육청의 징계위원회 심사를 거칠 경우에만 징계 처분된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성폭력 신고를 당한 교사가 계속 교단에 서면서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 6월 서울 강남의 한 여고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팔을 만지고 쓰다듬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지만, 학교는 진상 파악을 한다는 이유로 열흘 넘게 방치해 학생들이 항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신고가 들어간 사안에 까지 교사의 직위를 해제할 경우 부작용이 클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 이모(29)씨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싫어하는 교사를 찍어내기 위해 허위신고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허위가 아니라고 해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피해자인 학생측 주장만 받아들이는 게 옳지는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성 비위로 학교나 교육청 징계위에서 파면ㆍ해임된 교사들 중 141명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 취소 청구를 냈고 이중 교단으로 복귀한 이들이 15명(11%)에 달한다. 징계위가 과잉 징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한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학내 성폭력의 경우에는 사후에도 가ㆍ피해자가 매일 대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분리 조치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무혐의 혹은 무죄 교사에 대한 사후구제장치 등이 먼저 세밀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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