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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자모순(2)

입력
2017.08.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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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현행 한글 자모순의 뿌리 한 쪽이 훈민정음에 있음을 살펴보았다. 자음자의 순서가 제자해에서 밝힌 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훈민정음에서 모음자는 천 지 인 삼재에 해당되는 ㆍ ㅡ ㅣ로부터 배열되었으나 신숙주나 최세진이 ㅏㅑㅓㅕ 순서로 바꾸었는데, 그 직접적인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다.

근대 사전들이 보인 자모순의 난맥상은 조선어학회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에서 최초로 정리되었는데, 기본 자모를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로, 어울러 적는 자모를 ㄲㄸㅃㅆㅉ ㅐㅔㅚㅟㅒㅖㅘㅝㅙㅞㅢ로 따로 두었다. 이는 다시 1988년의 한글 맞춤법에서 조금 달라지는데, 어울러 적는 모음자가 ㅐㅒㅔㅖㅘ ㅙㅚㅝㅞ ㅟㅢ로 바뀌었다. 또한 사전용 자모순을 별도로 정하여 사전 편찬의 지침이 되었다. 자음자의 순서는 ㄱㄲㄴㄷㄸㄹㅁㅂㅃㅅㅆㅇㅈㅉㅊㅋㅌㅍㅎ, 모음자는 ㅏㅐㅑㅒㅓㅔㅕㅖㅗㅘㅙㅚㅛㅜㅝㅞㅟㅠㅡㅢㅣ와 같다.

그런데 몇몇 연구에 따르면 교육하기에 적합한 자모순이 한글 맞춤법에서 정한 자모순과 다르다 하니 자모순은 사전 만들기와 찾기에 존재의 의의를 둘 수 있겠다. 하지만 종이사전이 전자사전에 밀려 점점 덜 쓰이는 점을 생각하면 이제 자모순의 존재 의의가 정말로 희미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전자수첩형 전자사전은 화면의 크기에 알맞게 몇 개의 낱말이나마 자모순대로 연달아 보여주지만, 누리망에 존재하는 전자사전은 검색을 해야만 그 결과로 나오는 낱말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자수첩형 전자사전도 휴대용 통신기기에 밀려 점점 그 자취를 감추고 있어 자모순을 지금까지처럼 열심히 가르칠 필요가 곧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에 도구의 발달에 따른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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