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철강관세 면제” 현재 지키고… “픽업트럭 타격” 미래 내줬다

알림

“철강관세 면제” 현재 지키고… “픽업트럭 타격” 미래 내줬다

입력
2018.03.26 17:02
3면
0 0

#1

철강업계 “최악 면했다” 안도

美 고율관세 부과 대상국서 제외

평균 수출량의 70%로 쿼터 제한

수출 급감한 판재류는 쿼터 늘고

잘 팔리는 강관류 쿼터는 반토막

#2

車업계 “시장방어 힘들어” 불만

미국 진출 노린 한국산 픽업트럭

20년 관세 연장으로 수출 힘들어

비관세장벽 역할 ‘안전 쿼터’ 물량

2배 늘어난 5만대까지 수입 허용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철강관세 면제 대신 쿼터(할당량) 70% 설정’ 소식에 철강업계는 26일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안도했다. 반면 판매량 감소로 고전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미래 수익원을 잃게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자동차 산업 피해는 단기적으로는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 확대와 국내 시장 방어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철강 쿼터 조치는 양호한 수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을 철강관세 국가 면제 대상국에 포함하는 대신 2015~17년 3년간 연평균 수출량(383만톤)의 70%(268만톤)의 물량만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수출량(362만톤)과 비교하면 약 74% 수준이다. 쿼터를 모두 채운다고 해도 대미 철강 수출이 지난해보다 26%가량 줄어들게 된다. 한국철강업계는 이날 “철강수입을 전면 규제하려던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한국이 제외된 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수출량 쿼터도 애초 조치(63%)보다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다만 품목별로 보면 희비가 뚜렷하게 엇갈렸다. 열연강판ㆍ냉연강판 등 판재류는 지난해 수출량보다 11% 많은 쿼터를 확보한 반면 유정용 강관 등 강관류의 쿼터는 지난해 수출량(203만톤)의 51%(203만톤)로 반 토막 났다. 유전ㆍ셰일가스 채취용으로 쓰이는 유정용 강관은 국내 수요가 없어 미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강관을 주요 수출품목으로 하는 세아제강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법인의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고, 수출국 다변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관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철강업계에선 미국이 이미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로 가격이 높아진 한국산 판재류 제품엔 쿼터를 넉넉히 주고, 미국시장에서 잘 팔리는 강관류 쿼터를 줄인 것은 전략적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 2016년 대비 지난해 대미 수출량 추이를 보면 강관은 72% 급증했으나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은 각각 70%, 60% 급감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대미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강관 업종 피해가 완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미국 픽업트럭 시장 공략 어려워져

한국이 이번 협상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한 건 ▦한국산 픽업트럭(뚜껑 없는 적재함이 설치된 트럭) 관세유지 ▦미국 수입차에 대한 안전ㆍ환경기준 완화 등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가 20년 연장돼 사실상 국내 업체의 픽업트럭 미국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미국은 현재 한국산 트럭을 수입할 때 25%의 관세를 부과하는데 기존에는 한미 FTA 규정에 따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율을 인하, 2021년이면 완전 철폐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 따라 철폐 기간이 2041년까지로 연장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픽업트럭을 판매하진 않지만 현대차, 쌍용차 등은 관세가 철폐되는 2021년에 맞춰 픽업트럭을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차 가운데 픽업트럭이 15%를 차지해, 그간 세단 위주로 수출하던 국내 업체에게 픽업트럭 시장은 미국 시장확대의 중요한 공략지점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픽업트럭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 국내 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신ㆍ증설하기에도 부담이 크다.

더욱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비관세 장벽 역할을 했던 자동차 안전ㆍ환경 기준 문턱이 낮아져 향후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미국산 차는 업체별로 연간 2만5,000대까지 한국 안전 기준과 상관없이,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수입이 가능하다. 이 물량이 2배인 5만대로 늘어나게 됐다. 또 현행 연비ㆍ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2020년까지 유지하되, 차기 기준(2021~2025년) 설정 시 판매량이 연간 4,500대 이하 업체에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 수요가 많지 않아 이런 쿼터가 늘더라도 당장 큰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 지난해 신규 등록 수입차 중 미국 브랜드 비중은 8.6%인 2만19대에 불과해 현재 기준 물량(2만5,000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미국 브랜드들은 한국 인증을 받지 않아도 돼 다양한 차종이 국내에 들여올 가능성이 커졌다”며 “그러나 국내 소비자 취향과 미국 생산차 사이에 거리감이 큰 만큼 실제 판매량이 확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대미 철강 수출 상위 10개국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대미 철강 수출 상위 10개국 송정근 기자

독소조항 ISDS 수정…한국이 얻은 ‘진짜 이익’

한국이 이번 협상에서 얻은 최대이익은 민감 품목인 농업에서의 추가 개방 저지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보완 등 우리 입장을 관철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ISDS는 우리 정부의 법ㆍ제도로 손해를 본 미국 투자자가 국제중재기구를 통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 한미 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 상향(62.5%→85%)과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 등을 거론해왔다. 한미 FTA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부품 업체의 피해가 우려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의 정당한 권리를 반영하고 무역구제 관련 절차적 투명성 확보한 것”이라며 “앞으로 양국은 조속한 시일 내 분야별로 세부 문안 작업을 완료할 것이며 정식 서명 등을 거쳐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하는 등 향후 절차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