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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쇠퇴로 마약 증가” 황당한 백악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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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쇠퇴로 마약 증가” 황당한 백악관 보고서

입력
2017.10.18 14:3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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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ㆍ사회 문제 근거 없는 연계

트럼프 정책 도우려 무리수 논란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 AP 연합뉴스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 AP 연합뉴스

미국의 제조업 쇠퇴가 낙태, 배우자 학대, 이혼과 불임 등을 야기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담은 백악관 보고서가 지난달 작성돼 내부에서 회람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의 제조업 보호를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개정을 밀어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의 사회적 문제를 무리하게 무역 문제와 연계시킨 보고서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 참모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본 백악관 관계자들이 놀랐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제조업 기반 약화로 인한 문제로 일자리 상실, 임금 하락, 공장 폐쇄 등의 경제적 문제를 거론하는 동시에 ‘제조업 쇠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란 항목으로, 이혼ㆍ 마약 사용ㆍ낙태 비율 증가 등을 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그런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백악관 정책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대미 무역에서 상품수지에선 흑자를 기록하는 반면, 서비스 수지에선 적자를 내고 있지만 미국은 유독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상품수지 적자만을 부각시켜 FTA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가 제조업 보호에 집착하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셈이다. 이 보고서가 어느 선까지 회람됐는지는 관계자들의 얘기가 달랐다고 WP는 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나바로 위원장은 중국 등 각국에 강력한 통상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강경 보호무역주의자다. 최근 미 온라인 매체인 ‘더 데일리 비스트’는 나바로 위원장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보여줄 대상으로 부담감이 큰 NAFTA 대신 한미 FTA 폐기 카드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카드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에 대한 별다른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달 말 나바로 위원장이 이끄는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을 나바로 위원장과 앙숙관계인 자유무역주의자인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산하로 편입시켜 그의 영향을 축소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바로 위원장이 무역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소 밀려나긴 했으나,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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