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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타격 능력 입증, 마이웨이 과시, 한미일 공조 이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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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타격 능력 입증, 마이웨이 과시, 한미일 공조 이간질

입력
2017.09.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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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30일 공개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30일 공개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15일 또다시 발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겨 3,700㎞를 날아갔다. 괌 타격 능력을 입증하고, 국제사회의 제재와 상관없이 미사일 폭주를 계속하면서, 한미일 공조에 틈을 벌리려는 3가지 노림수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괌 겨냥한 맞춤형 도발

북한이 지난달 29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은 2,700㎞를 날았는데 이번에 쏜 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3,700㎞에 달했다. 17일 만에 사거리가 1,000㎞ 늘어난 것이다. 괌까지 북한 원산에서 3,300㎞, 평양에서 3,400㎞ 떨어진 점을 감안한 절묘한 사거리다.

북한은 지난달 9일 괌 포위사격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발사 방식과 좌표까지 적시했다. 당시 북한이 밝힌 미사일 비행거리는 3,356.7㎞였다. 이보다 340㎞가량을 더 날림으로써 괌 타격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빈 말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괌은 한반도 유사시 미 본토의 증원 전력이 집결하는 미군의 동아시아태평양 전초 기지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도 화성-12형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화성-12형은 사거리가 4,500∼5,000㎞로 추정된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도 발사 직후 북한의 미사일을 화성-12형과 같은 중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했다.

일단 북한의 다음 도발 선택지는 화성-12형 사거리를 최대로 끌어올리거나 방향을 괌을 향하게 한 뒤 거리만 약간 모자라게 하는 방식의 추가 발사,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평가되는 사거리 1만㎞의 ‘화성-14형’ 발사 등일 것으로 점쳐진다. 하나씩 쪼개 도발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협상력을 강화하는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이다.

핵 탑재 ICBM 완성 위한 질주

이번 도발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통과시킨 뒤 처음이다. 일견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대한 반발 성격의 무력 시위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보다 기술적 이유가 더 크다는 분석이 일부에서는 제기된다. 이미 핵ㆍ미사일 완성을 향한 시간표를 설정해 놓고는 추가 도발의 빌미로 안보리 제재를 악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비행 거리 3,700여㎞에 최대 고도 770㎞는 다소 낮다는 점에서 조금 고도를 낮춰 사거리를 줄이는 저각 발사 방식을 ICBM인 화성-14형에 적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화성-12형으로 괌 포위사격 계획 실행할 수 있다는 위협을 지난달 29일에 한 차례 한 만큼 이달 3일 6차 핵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핵탄두를 실제 실어 날려 보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다음 순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번 발사를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한 반발 정도로 해석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단기간 준비로 이런 시험 발사가 가능한 게 아니다. 북한은 이미 구체적인 핵 개발 계획 로드맵을 갖고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일 균열 노린 고의적 일본 자극?

연거푸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관통하게 한 것이 한미일 동맹의 균열을 노리고 일부러 일본을 자극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전 6시 57분쯤 북한의 미사일이 도호쿠(東北) 지방 방향으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일부 지역에 대피하라는 정보를 전했다. 이 방송은 이어 오전 7시쯤 '국민 보호에 관한 정보' 수신 소식과 함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소식을 긴급뉴스로 보도하고 건물 내부나 지하로 대피해달라고 주문했다. 대상지역은 홋카이도, 아오모리, 이와테, 도치기, 나가노 현 등 12개 지역이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전 7시 33분쯤 긴급 브리핑을 하고 “미사일 발사 등 거듭된 북한의 도발 행동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렇게 일본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경우 핵무장 여론이 비등할 수밖에 없고 한국과 미국이 협상을 거론하기도 어렵게 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으로서는 최대한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하면서 일본 열도를 넘기는 궁여지책을 쓴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본 내 반발을 유도해 한미가 꺼리는 자위적 핵무장으로 일본이 나아가도록 자극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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