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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진, 이제는 공부해야 할 때이다.

입력
2016.09.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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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이 강력했던 경주지진으로 인하여 모두의 근심이 크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국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으니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은 의문이 없겠다. 어찌 보면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지진대처에 관하여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일본의 이웃에 살고 있다. 최근 약 1년 반 정도 동경에 거주하면서 알게 된 일본의 지진 대처 시스템 중 인상적인 것들을 간략히 소개한다.

우선 제대로 된 재난안내 방송 시스템의 확보이다. 동경의 경우, 한 달에 1, 2번 정도 지진으로 인한 진동을 경험할 수 있는데, 진동이 발생하는 경우 먼저 탁자 밑으로 숨고, 진동이 그치면 TV를 켜서 NHK를 시청한다. NHK를 켜면 예외 없이 지진발생 직후부터 지진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규모와 진도는 어느 정도인지, 쓰나미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 특별방송을 통해 보도된다. 규모가 크다면 얼른 아이들에게 안전모를 씌우고, 현관문을 열어두는 등의 기본적인 추가조치를 하고, 구마모토 지진과 같이 규모가 크다면 방송의 안내에 따라 신속히 정해진 피난 장소로 대피한다.

지진이 잦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일본과 같은 수준의 지진정보 수집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앞으로도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해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공영방송 등에서 지진에 관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고, 국민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두 번째로 지진에 대해 철저하고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번 경주지진을 계기로 언론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듯이 동경 주민들에게는 동경방재라는 노란색 책자가 일괄적으로 배부되며, 그 책자를 통해 평상시의 준비물, 지진 발생 시의 예상상황, 이에 대한 각종 대처법을 쉽고 상세하게 알리고 있다. 또한 직장이나 학교, 유치원 등에서는 수시로 지진대피 훈련을 하고 있고, 마을 곳곳에 지진 피난처가 어디인지에 관한 상세한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

이번 경주 지진에서도 장시간 SNS 등이 불통되는 소동이 있었다고 한다.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도 유무선 전화가 모두 불통되고, 대부분의 지하철 노선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경우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사전에 연락이 끊길 경우 어느 피난처에서 만날 것인지를 정해 두고, 이에 대한 반복적인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 한반도 내 단층 지대에 대한 연구가 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최소한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일부 지역만이라도 이러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셋째로 다양한 안전장치 보강이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는 지진발생시 가정 내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가 개발돼, 처음 동경에 살게 될 무렵 실내에 다양한 안전장치 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놀란 기억이 있다.

일본의 경우 일반적으로 1981년 이전 지은 건물들은 내진설계가 견고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동일본대지진 이후 공공기관이나 학교 등의 오래된 건물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보수공사가 대폭 시행되었다. 현재 공부하고 있는 와세다대학의 경우에도 유서 깊은 건물들이 많은데 이들 건물의 경우 예외 없이 지진에 대비하는 보수공사가 실시되었다. 실내에 큰 구조물을 덧대어 벽이나 기둥을 지지함으로써 지진발생시 건물 붕괴를 막는 형태다.

두 번 다시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발생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지진에 대해 많은 그리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해 나가야 한다.

일본은 한신대지진, 동일본대지진 등을 통하여 뼈아픈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이에 관한 막대한 자료들이 축적되어 있다. 와세다대학에서는 작년 3월 동일본대지진 5주년을 맞아 ‘지진후의 생각 - 동일본대지진과 92개의 분석과 제언’이라는 대형 논문집을 편찬하였는데 해당 논문집에는 피해상황에 이에 대한 대응, 원자력발전사고, 피난자의 가족 아이들의 문제, 지역공동체의 재건과 문화, 부흥을 위한 제도와 법, 전문지식의 활용, 학생들의 봉사활동, 지진의 경험을 기록하는 방법, 동일본대지진과 세계에 대한 영향 등 총 9가지 부문에 관해 와세다대학의 각 단과대학 교수들이 총 92의 논문이 실려있다.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도산법 분야만 하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의 좌절과 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하였는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사적, 법적 도산절차를 활용하여 지역공동체를 어떻게 부흥시킬 것인지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면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어서 시작해야 한다. 오늘 바로 지금부터라도 다른 나라의 자료를 번역하고 이를 공부해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황인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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