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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 기자

등록 : 2018.03.04 20:00
수정 : 2018.03.04 22:17

북한통 서훈 아닌 미국통 정의용이 수석… “북미 중재 최우선” 의지

文대통령, 특사 조기파견 승부수

등록 : 2018.03.04 20:00
수정 : 2018.03.04 22:17

올림픽 계기 대화 동력 유지 의지

서훈, 김정은 대화참여 설득 역할

정의용, 北찍고 訪美 트럼프 설득

역할분담통해 비핵화 테이블 포석

향후 정세 가를 ‘김정은 결심’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편이 5일 대북특사단 수석으로 방북하게 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대북특사 카드를 예상보다 일찍 사용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 대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대북통’인 서훈 국가정보원장 대신 ‘대미통’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대북특별사절단 수석으로 임명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대북특사 파견 1차 목적이 북미대화 중재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5일 저녁 혹은 6일 오전으로 예상되는 특사단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접견 결과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가 한겨울로 되돌아가느냐, 완연한 봄을 맞느냐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북특사 파견은 지난달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 접견 자리에서 자신이 특사임을 밝혔을 때부터 예상됐던 카드다.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비핵화의 선순환을 목표로 삼은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북미대화 등 비핵화 과정 진전이 필요했다. 그러나 북미 양측 모두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도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북한) “적절한 조건(right condition) 하에서만 대화를 하겠다”(미국) 같은 기싸움만 이어갔다. 이렇게 간다면 지난해 말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코피 작전’ 엄포 같은 대결 국면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 조기 파견 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하기로 하고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북특사 파견 계획을 처음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알았다. 북한 반응과 정보를 공유하자”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청와대는 2일 특사 파견 계획을 판문점채널을 통해 북측에 통보했다. 대북특사 파견 계획이 공개된 뒤 나흘 만에 일사천리로 특사단이 평양에 가게 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찌됐든 양쪽의 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니까 우리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 평양으로 향하는 대북특사단은 북한은 물론 미국과도 대화가 통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뜻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멤버들로 꾸려졌다. 특히 남북대화 전문가인 서훈 원장 대신 한미 고위급 소통 채널인 정의용 실장을 수석으로 임명한 게 눈여겨볼 포인트다. 이번 방북의 방점이 북미대화의 입구 찾기에 맞춰져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또 북미대화를 교섭하는 과정에서 한미 간 조율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여기에 남북협상 경험이 풍부한 서훈 원장에게는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서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깊은 마크 폼피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의 소통 채널까지 확보하고 있다. 두 사람의 적절한 역할 분담으로 북미 양국을 비핵화 대화 테이블에 앉히도록 하겠다는 포석이다.

관건은 김정은 위원장의 반응이다. 일단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김여정 특사를 파견하는 등 일련의 대남유화 행보를 보여온 데다 이번에 특사단 방북도 수용한 만큼 대화 의사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번 방북 특사단에 북한 핵ㆍ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잠정 유예) 입장을 밝히고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인한다면 북미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 이에 맞춰 한미도 4월 연합군사훈련 규모 축소 및 남북교류 확대 등으로 호응하면 한반도에는 훈풍이 불어올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 해빙 분위기는 다시 사라지고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남북관계 역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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