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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주자들, '헌재 결정 승복' 약속이 그리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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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주자들, '헌재 결정 승복' 약속이 그리 어려운가

입력
2017.02.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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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보수 대 진보,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 촛불 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두 진영은 그동안 기각과 인용을 놓고 자기 주장을 펴 오던 것과 달리, 이제는 재판관 테러설까지 나도는 등 폭력적 정면 충돌도 불사할 태세다. 보다 큰 문제는 오직 법치의 잣대로 탄핵심판 후 예상되는 후유증과 국론 분열을 최소화하며 지친 민심을 수습해야 할 정치권 등 지도층이 되레 사회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거나 방관하며 무정부적 혼란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민주적 승복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권력이 눈앞에 와 있다고 여기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불투명한 태도다. 한때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뿐'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낳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나는 (헌재 판단에) 승복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이 나오면 국민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한때 승복에 방점을 찍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얼마 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기각은 상정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사태"라며 "국민적 상실감을 생각할 (기각도) 헌법적 결정이니 존중하겠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비켜 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승복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태도다.

여권은 더욱 한심하다. 헌재에서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대통령파와 국회파가 갈려 내란상태에 접어들고 아스팔트길은 전부 피로 덮힐 것"이라며 막말과 협박을 일삼고 법정을 난장판으로 만드는데도 자제를 요청하기는커녕 되레 즐기는 표정이다. 엊그제 친박계 의원 7명이 뜬금없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 탄핵 소추안 의결과 헌재 심판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반동적 행태의 단적인 예다. 분당을 감수하며 탄핵에 찬성했던 바른정당의 원내대표가 탄핵정국을 정리할 시기에 '정치적 해법' 운운해 소모적 논란과 혼선을 초래한 것도 의도를 의심케 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가 '헌재 결정이 답이다'는 성명에서 "여야 정당과 대선 예비후보들은 헌재 결정에 무조건 승복할 것을 국민 앞에 천명하라"고 요구하고, 대한 변협이 "헌재 결정은 국정공백을 야기한 비상사태를 끝내는 종국적 방법인 만큼 모든 국민은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주목한다. 탄핵정국을 지나며 우리는 참으로 비싼 대가를 치렀다. 이제는 모두 냉정을 되찾아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 길은 정치지도자들의 승복 약속과 지지자 설득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것만이 그들이 약속하는 국민통합과 국가미래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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