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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숙사 신축 발목 잡는 원룸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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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숙사 신축 발목 잡는 원룸업자들

입력
2017.05.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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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폭탄 지역경제 파탄 주장

한양대 인근 주민들 격렬 반대

고려대ㆍ총신대 등도 건립 차질

한양대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한양대 인근 길거리에 내건 현수막. 독자 제공
한양대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한양대 인근 길거리에 내건 현수막. 독자 제공

‘행당동, 사근동, 마장동 지역경제 초토화 시키는 한양대 기숙사 건립 강력히 반대한다!!’

‘지역경제 초토화! 한양대 기숙사 폭탄! 2,400실 건립 반대!’

17일 한양대 학생들이 자취나 하숙을 하는 서울 성동구 사근동 행당동 마장동 일대. 골목 어귀에는 학생 대상 원룸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내 건 ‘기숙사 건설 반대’ 관련 현수막들이 보였다. 이들은 ‘한양대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라는 단체까지 만들었다. 대책위 소속 주민 A씨는 “학생들에게도, 지역경제에도 도움 안 되는 기숙사를 왜 짓겠다고 하는 지 모르겠다”며 “한양대는 지금이라도 기숙사 설립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양대 기숙사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신축 계획이 공개된 2015년 시작돼, 올해 구청이 본격적으로 심의를 시작하자 격렬해지고 있다. 기숙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학교와 재단이 수익을 올리려고 기숙사를 짓는다는 ‘의혹’ ▦신축 기숙사는 월세도 비싸 학생들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명분’ ▦기숙사가 생기면 지역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는 ‘협박’을 앞세우고 있다. 주민 B(63)씨는 “다른 학교들은 새로 지은 기숙사 월세를 터무니없이 받더라”며 “차라리 지금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정작 학생들은 주민들의 반대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취하는 학생들이 줄어 월세 수익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면서 학생 복지를 운운하는 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양대 4학년생 김모(25)씨는 “한양대 기숙사 월세는 원룸 월세보다 훨씬 싸다.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기숙사 월세를 비싸다고 가정하고 반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했다. 현재 한양대 기숙사 월세는 18만~24만원으로, 평균 40만~60만원선인 원룸 월세보다 훨씬 싸다. 학교 측은 새로 지어 질 기숙사 월세도 기존 기숙사 수준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생들은 반대 주민들이 ‘청년 주거난’을 모르는 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양대 기숙사 수용비율(재학생 대비 수용인원)은 11.4% 수준. 학생 10명당 1명 정도만 기숙사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 출신의 자취생 이모(25)씨는 “기회만 된다면 기숙사에서 살고 싶지만 시설이 부족해, 자취방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상당하다”고 한탄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이 같은 뜻을 담은 학생 2,858명의 서명을 서울시 및 성동구와 신축반대주민대표에게 전달했다.

기숙사 신축을 두고 인근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학교는 더 있다. 고려대도 주민 반대에 밀려 3년째 기숙사 신축 계획이 보류 상태다. 총신대 또한 주민들이 극렬히 반대해 지금은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는 상황까지 왔다. 이화여대 홍익대 경희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도 주민들과 소송까지 가는 등 갈등을 겪다 최근에서야 겨우 기숙사를 지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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