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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공존 리더십을 갈망하는 이유

입력
2017.02.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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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대한민국’ 공약 배반한 박근혜

탄핵심판 끝나도 대립과 갈등 못 피해

연대와 협치로 풀어갈 공존DNA 절실

안희정 발 대연정 논쟁이 조기 대선 정국을 달구고 있다. 사진은 2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경기도 연정자문위원회' 기념촬영(경기도청 제공/ 뉴시스).
안희정 발 대연정 논쟁이 조기 대선 정국을 달구고 있다. 사진은 2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경기도 연정자문위원회' 기념촬영(경기도청 제공/ 뉴시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공약은 지킨 것보다 안 지킨 게 훨씬 많다. 집권 후 이행하지 않은 대표적 공약이 “100% 대한민국”이다. 소외ㆍ배제되는 국민 없이 100% 대통합을 이룬다는 약속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정반대로 분열과 배제에 앞장섰다. 현재 특검이 수사 중인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이를 명백하게 뒷받침한다.

블랙리스트 포함 대상은 정권 기준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들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거나 문재인ㆍ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던 인사들, 그리고 세월호 참사 관련 등 각종 시국선언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 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나 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2015년 5월에 작성된 리스트는 9,473명이었지만 그 후도 시국관련 사건과 관련해 계속 늘어났으니 1만명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교육부도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의 명단을 확보해 정부 발주 프로젝트나 토론회 참여 등에서 조직적으로 배제했다.

‘100% 대한민국’은 신념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껴안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그 주변사람들은 공약과는 정반대로 그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길을 택했다. 이런 배제가 계속된 결과는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박 대통령 자신의 고립이었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4~5%까지 곤두박질했다. 박 대통령이 드디어 ‘100% 대한민국’ 달성을 눈앞에 뒀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했다.

박 대통령은 다름이나 차이를 견디지 못했다. 심각한 공존능력결핍증이다. 박세일 유승민 이혜훈 전여옥 등 한때 가까웠으나 생각이 다르다고 내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상대가 설사 틀렸다 해도 한발 물러서고 포용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전무했다. 비주류와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난만 했지 양보해서 공존의 길을 찾을 노력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총선 참패와 여소야대 출현은 필연이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는 등을 돌리고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 없는 최순실에만 의지하다 사달이 났고 마침내는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공존능력결핍증을 앓고 있는 박근혜의 실패로 가시화한 조기 대선 국면에서 대선주자들 간 연정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금은 바른정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등 50대 주자들이 일찍부터 외쳐 왔던 연정이다. 남 지사는 도정을 통해 직접 연정을 실험 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지지도가 수직 상승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주 대연정론을 들고 나오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지금의 4당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면 누가 승리해도 여소야대다. 새 정부가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려면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협치의 틀이 필수적이다. 구체적 논의 시기와 형식이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각 대선주자들의 공존능력 즉 공존과 협력에 대한 의지나 감수성, 역량 등을 먼저 검증해 봐야 한다. 박 대통령과 같은 공존능력결핍증환자를 걸러내기 위해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퇴장 이후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도 연정 또는 공동정부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하다. 하지만 친일ㆍ적폐 청산에 방점을 두고, 문자폭탄을 날리는 강고한 지지자 집단을 배경으로 패권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탓에 정파 간 공존과 협력에 대한 의지가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안 지사의 대연정론에는 심판대상인 새누리당ㆍ바른정당과의 연정이 웬말이냐고 날을 세운다. 안 지사와 대선주자 지지도 2위 자리를 놓고 각축 중인 이재명 성남지사는 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00%촛불 대한민국’에 거의 도달했다고 생각한 순간 ‘맞불’이 스멀스멀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일단락된다고 해도 또 다른 쟁점을 놓고 사회 제 세력 간 대립은 상수다. 청산도 심판도 필요하지만 상시적인 분열과 대립을 관리하고 조정하면서 안팎 위기에 몰린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출중한 공존DNA가 필요하다.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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