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05.24 16:50
수정 : 2017.07.04 15:19

[짜오! 베트남] 값싸고 뛰어난 IT 두뇌 넘쳐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11> 동남아의 실리콘 밸리로 부상

등록 : 2017.05.24 16:50
수정 : 2017.07.04 15:19

싱가포르선 “고비용” 개발 못한 앱

베트남에 가자 “못할 이유가 없다”

빠른 진척에 아이디어 추가도 OK

대학 배출 엔지니어 수 세계 10위

영어 능통 인재들 해외 진출 활발

정부는 노동생산성 높이기 ‘박차’

한국은 현재 베트남 내 외국인투자 1위, 수출 3위인 나라다. 기업들은 물론 관광객 등 한국인들의 진출이 그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숫자는 5,000개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들은 의류ㆍ신발 생산, 휴대폰ㆍ자동차 조립 등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사람들의 손재주에 기댄 기업이 대부분이다. 값싸면서도 뛰어난 이들의 ‘두뇌’를 활용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의 고급 인재들은 정보통신(IT)산업으로 몰리고 있다. 베트남 IT 산업 현장을 들여다 봤다.

싱가포르에서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노라 쨩(왼쪽)씨가 호찌민시 떤션녓 공항 근처에 있는 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사무실에서 자신이 주문한 앱 개발 중간 점검을 하고 있다. 그는 "상상만 하고 있던 것을 베트남 개발사를 만나면서 현실화 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포켓몬 잡으러 다니듯이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 다니게 할 수는 없을까.’

싱가포르에서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노라 쨩(46)씨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를 하다 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 적절한 시스템이 구축되고 가격만 맞는다면 식당이나 옷가게 주인들이 광고를 내겠다고 달려들 것이고, 광고계에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실행에 옮길 생각에 내로라하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앱) 개발자에게 자신의 구상을 털어놨지만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또 다른 개발자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답했다.

사장되는가 싶던 아이디어는 그가 베트남을 찾으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는 “베트남 앱 개발사 5, 6곳을 찾아 이야기를 하자 모두가 ‘가능하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며 “가장 적극적으로 나온 슈트릭스(SUTRIX) 그룹과 2개월 전 개발비용 3만 달러에 계약하고, 개발 착수금 5,000달러를 입금했다”고 말했다.

“생각한 모든 걸 만들 수 있어”

지난 18일 오후 호찌민시 떤션녓 국제공항 인근 슈트릭스 본사 회의실. 쨩씨가 앱 개발 중간 점검을 위해 모처럼 개발자들과 둘러 앉았다. 개발자들에 따르면 앱은 지도 기능을 기본으로 인터넷, 게임, 날씨, 뉴스, 영화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탑재했다.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광고를 낸 업소에 가까이 가면 화면에 해당 업소를 살짝 노출시킨다. 쨩씨는 “이 앱이 깔린 테블릿PC를 택시 뒷좌석에 무료로 설치할 것”이라며 “더 큰 화면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어 승객도 편리한 것은 물론이고 승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택시기사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우버와 그랩 택시를 대상으로 시범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기대 이상으로 개발 진척도가 높자 쨩씨는 이날 추가 주문도 했다. 각 단말기에 잭팟이 터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광고 효과를 극대화해 승객들을 화면에 더욱 몰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개발자는 “10달러만 베팅해도 더 많은 사람들이 단말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30분 남짓 진행된 회의를 마친 쨩씨는 “상상하고 있는 모든 걸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베트남”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방문 때는 당첨자 확인과 상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베트남 앱 개발사 슈트릭스 본사 교육장의 한 장면. 꽌 쨘 부회장은 "흔히 베트남을 이야기 할 때 인구 절반 이상이 25세 미만, 평균 나이 30세, 근면하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국민성 등으로 언급된다”며 “이런 특성들이 극대화 되는 분야가 바로 IT분야”라고 말했다.

베트남으로 몰리는 IT 기업들

국제공항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슈트릭스는 각각 프랑스, 미국 국적인 데이비스 풀리에시(47) 슈트릭스 회장과 꽌 쨘(49) 부회장이 2001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공동 설립한 회사다. 크리스토프 람 영업이사는 “많은 고객들이 프랑스, 태국,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외국 기업들”이라며 “공항 근처에 회사를 차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베트남이 차기 ‘실리콘 밸리’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외국 IT 기업 중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년 배출되는 베트남 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 숫자는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이다. 세계경제포럼(WEF)과 유네스코(UNECSO)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베트남에서는 전문기술자 10만400명이 육성돼,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은 엔지니어를 배출한 국가로 집계됐다. 선진국인 프랑스(10만4,700명ㆍ9위) 다음이다. 10위권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2,200달러)이 가장 낮다. 업계에 따르면 수준 높은 이공계 대학들과 기술 교육센터들 덕분에 베트남 IT 인재들은 인도네시아, 필리핀보다 우위에 있다. 영어까지 능통하게 구사, 이들은 해외로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꽌 쨘 부회장은 “흔히 베트남을 이야기 할 때 인구 절반 이상이 25세 미만, 평균 나이 30세, 근면하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국민성 등을 언급한다”며 “이런 특성들이 극대화 되는 분야가 바로 IT분야”라고 말했다

베트남, 첨단산업 육성에 박차

베트남은 인건비가 싸지만 낮은 노동생산성이 늘 문제로 지적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베트남의 노동생산성은 5,440달러로 하위권에 속한다. 베트남 정부도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하고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8월 착공한 ‘사이공 실리콘 시티 센터’ 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 백색가전 생산공장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첨단산업단지 하이테크 파크 내 시설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를 모델로 했다.

응우옌 란 흐엉 베트남 사회와노동과학원 전 원장은 “베트남의 노동생산성은 싱가포르의 15분의 1, 일본의 11분의 1,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노동생산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단순 가공, 생산 산업에서 벗어나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첨단 산업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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