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진주 기자

등록 : 2016.09.22 10:00
수정 : 2016.09.22 10:00

‘스포트라이트’ 마틴 배런 “탐사보도는 언론의 사명”

뉴올리언스 '엑설런스 인 저널리즘' 컨퍼런스 대담

등록 : 2016.09.22 10:00
수정 : 2016.09.22 10:00

마틴 배런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18일 열린 '엑설런스 인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탐사보도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친구에게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봤냐고 물으니 자기 아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왜냐고 물으니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할까 봐 그렇다더군요.”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 마틴 배런은 영화 ‘스포트라이트’ 덕분에 유명해졌다. 이 영화는 2001년 보스턴글로브지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 기자들이 수십년 간 일어난 천주교 사제들의 아동 성폭행과 조직적 은폐를 불굴의 의지와 집요한 취재를 통해 보도한 과정을 다뤘다.

기자라면 보고 난 뒤 누구나 가슴 뜨거워지는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고, 영화 속 등장인물의 실제 모델인 그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언론사 편집국장이 됐다. 미국에선 이 영화를 보고 기자가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고도 한다. 하지만 배런의 친구조차 자녀가 (사양산업의 직종인) 기자가 될까 봐 영화를 보여주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현재 언론사를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다.

18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엑설런스 인 저널리즘(Excellence in Journalism)’ 컨퍼런스는 메인 프로그램으로 영화 ‘스포트라이트’와 탐사보도를 주제로 다뤘다. 여기 참석한 배런 국장은 탐사보도에 대한 견해를 자세히 밝혔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마틴 배런은 영화 속 분량이 많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칼럼으로만 다뤄졌던 성직자 성폭력 사건을 깊이 추적 보도하라고 맨처음 지시하고, 이를 위해 사장을 설득해 보스턴 교구를 상대로 비공개 문서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내기도 한다. 또한 기자들이 실제 사제들의 성폭행 사건을 밝혀내 특종을 터뜨리려고 하자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교회의 조직적인 은폐를 밝혀내라고 지시한다.

짧으면 수 주, 길면 수 개월이란 기간 동안 취재에 다수를 투입해야 하는 탐사보도는 언론사에서 투자하기에 요샛말로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콘텐츠다. 컨퍼런스에 참가한 한 청중은 “탐사보도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말린다. 탐사보도 기자는 앞으로 없어질 직업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런은 단호했다. “언론사는 다시금 탐사보도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 필요한 자원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탐사보도는 언론에게 세상 어떤 기관도 얻을 수 없는 엄청난 신뢰를 부여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했다. 배런은 보스턴글로브의 특종 후 엄청나게 많은 독자 이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보도를 해 주어서 감사하다’ ‘보스턴 글로브가 없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보도야말로 기자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같은 내용들이었다. 그는 “보스톤의 어떤 기관이나 유명인도 사람들에게 이 정도의 압도적 신뢰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런 훌륭한 보도가 나오면 독자들은 그 언론사에 강한 애착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훌륭한 탐사보도에는 독자 충성도와 신뢰라는 보상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는 진지한 뉴스와는 거리가 먼 콘텐츠를 만들어 온 버즈피드나 허핑턴포스트, Mic 같은 뉴미디어도 최근 탐사보도 기자를 영입해 보도를 하고 있으며, 이는 탐사보도야말로 언론사가 남과 다른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는 분야라는 사실을 뉴미디어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널리즘을 한다는 것은 보도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 잘못된 것을 밝혀내는 것”이며 “탐사보도야말로 저널리스트들의 핵심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사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므로 제대로 된 탐사보도를 하기 어렵고 비영리 매체가 대안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프로 푸블리카 등 좋은 비영리 매체가 있기는 하지만 전국 단위의 일부 매체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 그는 “지역 단위에서는 비영리 매체가 충분한 기부금을 받기 힘들고, 혹시 기업이나 기관이 수백만달러 소송이라도 걸면 기자를 보호해 주기 힘들다”면서 오히려 기업 형태의 대형 언론사들이 탐사보도를 더 잘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탐사보도에 있어 문서자료와 데이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도 교회가 비공개로 묶어 둔 문서를 공개시키기 위해 보스턴 교구에 소송을 거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공개되지 않은 진실은 기자에겐 보석이나 다름없다”면서 그러한 기록을 발굴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안을 더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서 컴퓨터를 활용한 데이터 전문가를 편집국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워싱턴포스트에서는 탐사보도 팀과 국내뉴스 팀 등에 데이터 전문가를 배치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편집국 전 부서에 데이터 전문가를 한 명씩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올리언스=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엑설런스 인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마틴 배런의 짤막한 인터뷰

◆영화 ‘스포트라이트’ 예고편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전국지자체평가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