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립여고 교사 쌍둥이 딸
성적 급격히 오르며 문ㆍ이과 1등
학부모 민원에 교육청 현장조사
서울 강남 A여고에서 현직 교무부장의 쌍둥이 자녀가 나란히 문ㆍ이과 1등을 차지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이 부정행위를 의심하며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교육청은 13일 A여고에 장학사를 파견해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A여고 역시 진실 규명을 위해 특별장학을 요청한 상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사와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정하지 않는 일명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무조건적인 상피제 도입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학부모들의 의심은 평소 최상위권이 아니었던 두 학생의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강남 학교의 경우 내신 경쟁이 치열해 성적 급상승이 드문데다, 교무부장인 B씨가 결재를 위해 시험지를 미리 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당사자인 B교사는 “두 딸은 외고 진학을 준비했을 만큼 성적이 좋았고 수학학원에 다니면서 잠도 줄이며 열심히 노력해 좋은 성적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A여고를 둘러싼 의혹은 고등학교 교사 자녀의 같은 학교 배정을 금지하라는 여론으로 이어졌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3일 오후 2,000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했다. 대입에서 수시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등 학생부의 영향력이 큰 현실에서 동일학교 배치는 부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엔 경기도 2개 고교에서 교사가 자녀의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입학이 취소되기도 했다. 전국 교육청 중 경기도만 유일하게 ‘자녀가 재학중인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은 타교로 전보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등 5곳이 유사 규정을 두고 있지만 권고 수준이다.
#“동일 학교, 부정 이어질수도” 주장
“학습권 침해ㆍ교사 전보 무리” 반론
“부모 교사 평가 보직선 배제해야”
반면 무조건적인 상피제 도입이 해답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일반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거주지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는데, 부모가 가까운 학교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자녀가 먼 학교에 가는 건 학습권 침해라는 것이다. 자녀의 입학을 이유로 멀쩡히 근무하던 교사를 전보시키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충남 C고의 이명수(46ㆍ가명) 교사는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선생님들은 일부러 학교 밖 100m에서부터 따로 걸어오는 등 오해를 사지 않으려 더 노력한다”며 “자녀와 함께 다닌다고 무조건 문제라 치부할 순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2,360개 고교 중 560개교(23.7%)에 부모(1,005명)와 자녀(1,050명)가 같이 다니고 있다.
상피제 도입 여부와는 별개로 동일학교 배정 시 교사가 지켜야 할 원칙을 강화해야 하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부모교사가 담임 또는 교과 담당을 할 수 없도록 규정을 명시한 지역은 서울, 인천 등 6곳에 불과하다. 부모교사가 자녀 소속 학급의 시험감독을 피하도록 하는 학업성적관리지침을 둔 곳도 있지만 이마저도 없는 지역이 4곳이나 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경우 해당 학년 업무는 물론 교무부장처럼 평가를 관장하는 보직에서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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