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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통령을 뽑지 말자

입력
2017.01.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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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뽑지 말자.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이야기한 후보보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후보를 선택했다. 결과는 참담하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한 대통령은 본인과 관련된 ‘국정농단’ 사태로 관저에 잉여의 몸이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주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 최태민과 얽힌 과거를 물을라치면 박 대통령은 손사래를 치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대통령과 기득권을 나누어 가지는 문고리 권력도 진실 은폐에 총력을 기울였다.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할 대기업은 비선이 주도하는 단체 기부에 충성 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격은 와르르 무너지고 아이들마저 촛불을 들고 주말이면 광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은 무슨 죄인가.

‘산타의 나라’ 핀란드의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은 2000년부터 12년간을 재임했다.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핀란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국민 평가는 정반대다. 12년간의 긴 통치기간이었지만 물러날 때는 지지율이 80%를 넘나들었다. 비선의 ‘비’자도 재임 중 등장한 적이 없었다. ‘무민 마마(국민 엄마)’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재임시절 국가청렴도, 국가경쟁력, 교육경쟁력 1위 국가로 일구어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6,000달러의 강소 국가 전형을 만들어냈다. 핀란드 국민들의 신임은 두터웠다. 국민 신뢰의 기반은 물론 소통이다. 재임 기간 할로넨 전 대통령의 이미지는 ‘케이크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엄마’로 통했다. 머리 손질을 스스로 했던 할로넨 전 대통령의 스타일이 멋져 보이는 건 혼자만의 생각일까.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 또한 할로넨 전 대통령 못지않다. 세상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무히카 전 대통령은 5년 집권한 뒤 2010년에 물러났다. 퇴임 순간의 무히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65%로 새로 취임하는 바스케스 대통령보다 약 10%포인트나 더 높았다. 공약은 백 마디 말보다 실천이다. 검소와 청렴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대통령궁을 노숙인들에게 내주고 자기 월급의 90%는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재산 목록에는 소박한 농장과 수십 년 된 고물 자동차 한 대가 고작이었다. 무히카 전 대통령 주변에 금고나 부정한 재물이 있었다는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신년여론조사에 차기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다양한 자질을 캐물었다. 소통, 도덕성, 인사, 경제, 안보 등의 통치 능력에 대해 대국민 검증을 시도해 보았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지지율과 비교해 만족스런 평가를 받아내지 못했다. 과연 대선 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검증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정말로 타르야 할로넨이나 호세 무히카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열성 지지자들의 마음이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지만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자질을 갖추지 못한 후보들은 뽑지 말아야 한다. 누구에게라도 꼭 투표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의무감에 내몰려 선택된 대통령이 모든 의혹과 의심을 오롯이 걷어낼 수 있을까. 할로넨이나 무히카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권위와 권력을 앞세운 ‘대’통령이 아니라 ‘대’국민 정책서비스 최고책임자의 모습이었다. 정당과 기업마저도 줄 세우기 하는 무소불위의 상징이 아니라 국민 앞에 겸손하고 공손한 진정 국민의 편이 되어주는 참된 리더였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리더는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대’국민 정책서비스 최고책임자를 우리는 찾을 수 있을까. 도저히 못 찾겠다면 대통령을 뽑지 말자.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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