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타깃이 아니다(Not a Target).”
오늘은 2008년 유엔이 지정한 ‘세계 인도주의의 날’(8월 19일)이다. 전세계 분쟁 지역에서 희생되는 시민들과 구호 활동가들을 생각하자는 의미다. 올해의 슬로건은 ‘그들은 타깃이 아니다’. 분쟁 현장에서 무고하게 희생되는 민간인, 인도주의 활동가들을 기리며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전세계에서 4,132명에 달하는 구호 활동가들이 무장 세력의 공격을 받아 숨지거나 다쳤다.
수많은 분쟁 지역 중에서도 민간인 및 인도주의 활동가들 피해가 집중된 다섯개 국가 중 하나가 바로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DRCㆍ민주콩고)이다. 1998년 이른바 ‘아프리카판 세계대전’이라 불리는 2차 콩고전쟁이 벌어진 이래 줄곧 내전 중인 민주콩고는 아프리카에서도 최악의 분쟁 국가로 꼽힌다. 최근 민주콩고에서 탈출해 우간다의 ‘국경없는의사회‘ 캠프에 도착한 한 환자는 “코끼리가 싸우면 그 발에 짓밟히는 건 잡초들이다”라는 오랜 아프리카 속담으로 현재 고국의 상황을 요약했다. 절대 타깃이 돼선 안 되는 이들이 끊임없이 ‘짓밟히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민주콩고 서부 카사이주에서는 충돌이 이어지며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부군이 토착 부족의 족장을 살해한 이후 정부군과 부족 민병대 간 국지전이 지속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탈리아만한 크기인 이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난 10개월 사이 발견한 대형 공동 묘지만 52개다. 이곳에서는 130만여명이 집을 떠났다.
카사이주 내 자행되는 폭력의 잔학성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이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만난 환자의 3분의1은 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들로, 총 또는 마체테(날이 넓은 벌채용 칼)에 부상을 입었다. 최근 카사이 현장을 직접 방문한 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 회장은 17일 “눈 앞에서 남편이 참수 당한 것을 본 여성, 온몸이 묶인 채 아내와 아이들이 강간 당하는 것을 봐야 했던 남성 등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은 공포에 짓눌려 있었다”며 “마치 산불이 번지듯 카사이 전역으로 분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민주콩고에서는 20년 가까운 분쟁 기간 동안 국민 500만명 이상이 희생됐지만 싸움은 그치지 않는다. 모든 분쟁의 시작은 1996년 이웃 국가 르완다에서 벌어진 대학살이었다. 르완다의 폴 카가메 현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있던 당시 투치족 기반의 르완다 정부는 자국의 후투 반군 진압을 위해 민주콩고 내 투치족을 적극 지원했는데, 이들 투치 세력과 연합한 민주콩고(당시 자이르)의 로랑 카빌라가 모부투 세세 세코 정권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 1차 콩고 전쟁이다. 카빌라는 1997년 5월 결국 집권에 성공했지만, 다시 자신을 지원했던 투치족 축출을 시도해 2차 전쟁을 자초했다. 이는 짐바브웨ㆍ나미비아ㆍ앙골라가 카빌라 정부를, 르완다ㆍ우간다가 투치 반군을 지원하며 지역 전쟁으로까지 번졌고 민주콩고는 지금까지도 분쟁의 칼날에 난도질당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어린 아이들은 분쟁의 최대 피해자다. 북키부주 남쪽의 탕가니카주 주민들은 반투족과 피그미족의 갈등으로 수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탕가니카주 내 인구 1,500여명의 작은 마을에서 발견된 무덤 95개 중 무려 90%는 아이들의 묘였다. 그나마 살아남은 아이들도 절반은 영양실조 상태였다.
이주사랑ㆍ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커뮤니케이션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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