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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산 보이콧

입력
2018.08.20 19: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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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터키 동맹의 불화가 심상치 않다. 경제에서 시작해 정치 외교 갈등으로 확산되기까지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친미 독재로 분류되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다가서고 있다. 여차 하면 반미 독재로 가겠다는 제스처다. 주터키 미국 대사관에 총알이 날아들 정도로 여론도 반미로 치닫고 있다. 불화의 원인이 무엇이든 미국의 동맹관리가 이처럼 허술한 적도 없다. 따져 보면 갈등은 이익을 앞세워 외교를 뒷걸음치게 한 트럼프 식 미국 우선주의에서 시작됐다.

▦ 트럼프 정부가 6월 철강관세 25%를 부과하자 터키는 미국산 자동차 석유제품 담배 석탄 제지 쌀 등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맞섰다. 트럼프 정부는 이달 들어 터키가 억류 미국인 목사 석방을 거부하자 관세를 두 배로 높였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산 전자제품 불매운동(보이콧)을 주문하고, 미국산 담배 자동차 주류에 60~140%의 보복관세를 매겼다. 경제 이익 앞에서 상대국 배려는 사라지고, 갈등은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들이 아이폰을 갖고 있다면 다른 쪽에는 삼성이, 우리에겐 베스텔이 있다”고 여론을 자극했다. 이후 아이폰을 부수고, 달러 지폐로 코를 푸는 영상이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맥도날드 대신 케밥을 먹자는 식의 보이콧도 번지고 있다.

▦ ”내가 자랄 때는 도처마다 미국산이었다. 모든 게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행사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에 미국산이 줄어든 이유는 중국에 있다. 그가 지난해 5,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대미 수출품목 전체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300억 달러에 그쳐 중국이 ‘이에는 이’로 나서긴 어렵다.

▦ 그러나 올해 72세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릴 적 기억을 현실에서 재현하는데 최대 난관은 미제(美製)일 수 있다. 백악관이 미국인의 가슴과 땀, 자존심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자랑한 것에 난로 만년필 노즐 장갑에 보트 픽업트럭 F-35까지 다양했지만, 소비자의 구매충동을 자극하는 상품은 적었다. 미국인 사이에서도 캐딜락 같은 미국산 자동차 구매에는 애국심이 먼저 작용한다. 트럼프식 미국 경제 우선주의가 동맹과의 파열음도 불사한다면 제2, 제3의 터키도 우려된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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