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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혐한 보도

입력
2015.11.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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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한중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렸다. 한일 회담은 3년 반 만에 열린 것이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정권이었으니 회담 시작만으로도 성과가 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으로 아베 내각은 지지율이 올랐다. 한일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지만 정부끼리 대화의 물꼬를 텄어도 앞날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한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가진 일본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 일본인이라 차별 받은 적이 없느냐”는 질문을 일본의 지인에게서 자주 받는다. 아마도 2012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갑자기 방문한 일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 일로 일본에서 혐한(嫌韓)의 불씨가 타 오르기 시작했다. 도쿄(東京)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혐한 시위대가 자주 행진하는 바람에, 한류의 메카이던 그곳은 ‘무서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2012년 이전 일본에는 분명히 ‘한류’가 있었다.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선호도 역대 최고였으며 일본 언론도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별로 하지 않았다. 서울 명동에는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점들이 일본어로 호객 행위를 했고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두 번에 한 번 정도는 일본인이 맞는다고 할 정도로 붐볐다.

내가 친구들에게서 자주 받는다는 질문에 답하자면 “이건 분명 차별이야 하고 느낄만한 일을 당한 적은 없다”이다. 나는 일본에 있을 때보다 한국에서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귀었다. 그들 중에는 일본에 좋지 않는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내 앞에서 그런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인 적은 없다. 그들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싫어하는 것이지 일본인 개개인이 미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일본인은 “한국에서 ‘반일’이 있는 곳은 일본대사관 앞과 교육현장 그리고 언론”이라고 말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한일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지만 솔직히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온 국민이 반일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할 때는 스포츠 경기에서 한일전이 벌어질 때 정도가 아닐까.

이처럼 한국의 반일 보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일본의 혐한 보도는 최근 너무 과열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 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데는 일본 국내의 혐한 보도 등으로 한국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한몫 하고 있다고 본다. “차별 받은 적 없느냐”는 질문도 그래도 나왔을 게다.

한국에 대한 불신감은 이를 테면 지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 심사 때도 그랬다. 한일이 각각 신청한 것을 지지하기로 서로 약속했는데도, 막판에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明治)시대 산업혁명유산 중 한국인이 끌려와 노동한 곳이 포함돼 있어 ‘강제징용노동자(forced labors)’라는 표현을 넣으라고 한국이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시대가 다르다고 반발했지만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강제로 노동시켰다(forced to work)’라고 언급하기로 합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민족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하는 과잉 보도가 일본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국인에게 반일 보도는 어쩌면 일상적인 일이어서 그런 보도가 유별나게 확산되거나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보도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존재 자체에 막연한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과잉 보도의 이유는 단순하다. 독자나 시청자들이 호의적인 보도보다는 과잉이더라도 부정적인 보도를 원한다고 일본 언론들이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언론이나 독자나 ‘역시’라는 단어를 머리에 떠올려 자신의 부정적인 믿음을 재확인하며 안심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보도가 양국 관계에 도움될 리 없다. 언론은, 특히 일본 언론은 혐한 보도를 자제해주면 좋겠다.

쓰치다 마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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