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기자

등록 : 2018.05.30 17:49
수정 : 2018.05.30 20:58

“트럼프 무역장벽 넘자”… 대기업 공장 줄줄이 미국行

등록 : 2018.05.30 17:49
수정 : 2018.05.30 20:58

수입 규제 피하려 현지 투자 확대

文 대통령 극찬한 한화큐셀

조지아주에 태양광 공장 추진

현대차도 “4000억원 투자” 제네시스 현지 생산도 검토 중

현대자동차의 미국 엘라배마 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연달아 터지는 각종 통상ㆍ관세 압박 조치에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잇따라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 기존 생산기지였던 국내나 동남아보다 생산비용이 높은 미국이지만 높은 관세를 무는 것보단 낫다는 고육지책이다. 핵심 수출품 제조업체들이 지금처럼 빠져나간다면 향후 국내 고용과 경기에도 큰 타격이 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태양광 업체 한화큐셀코리아는 30일 미국 조지아주 휘트필트 카운티와 현지 태양광모듈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진천의 공장을 찾아 “업어주고 싶다”고 했던 기업이어서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게 더 뼈 아프다. 내년 완공 예정인 이 공장은 미국 내 태양광모듈 공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한화큐셀의 투자에 현지 주 정부와 카운티는 부지 무상 제공, 재산ㆍ법인세 감면 등 총 3,000만달러(330억원)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태양광 시장이다. 중국은 대부분 중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어 한화는 적극적인 시장 공략으로 2016년과 작년 미국 모듈시장 점유율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2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수입 태양광 셀과 모듈에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발표하면서 사업 환경이 악화했다. 미국은 첫해 30%를 시작으로 2년차 25%, 3년차 20%, 4년차 15% 등 4년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현지 공장을 기반으로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세이프가드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법인(HMMA)은 29일 3억8,800만달러(약 4,190억원)를 투자해 엔진헤드 제조설비 등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이번 투자는 차세대 엔진 투입에 따른 시설 개ㆍ보수 개념으로 미국 현지 생산확대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지난 24일 수입산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관세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조치다. 앨라배마 공장은 오는 11월까지 증설돼 내년 중 본격 가동될 예정인데, 미 상무부가 올 7월 공청회 이후 발표할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조사 결과도 내년 2월쯤 될 것으로 예상돼 시기상으로도 비슷하다.

더욱이 현대차는 싼타페 신형 모델의 현지 생산을 확정한 데 이어, 제네시스의 현지 생산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이날 투자 계획을 발표한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은 향후 제네시스 생산기지로 거론되는 곳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건비 비싼 미국에 굳이 세탁기 공장을 만든 것도 무역장벽을 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3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연간 생산량 100만대 규모의 세탁기 공장 설립에 착수, 올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LG전자도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세탁기 공장 가동 시기를 애초 내년 2월에서 올해 4분기로 앞당기기 위해 분주하다. 모두 지난 1월 말 발효된 미국의 외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 때문이다.

이밖에 미국의 철강 수입량 제한(쿼터) 조치로 대미 수출길이 좁아진 넥스틸과 세아제강 등 중견 철강사들도 미국에 생산시설을 이미 마련했거나 지으려 하고 있다. 변압기 업체 현대일렉트릭은 미국의 반덤핑 관세가 60%대로 높아지자 지난달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인수하고, 35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미국의 수입규제 및 관세부과 대상이 세탁기, 태양광, 철강, 자동차 분야로 넓어진 데 이어, 조만간 반도체까지 노릴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의 대미 핵심수출품목을 전방위로 옥죄는 것인데, 앞으로 관련 제조업체들이 살길을 찾아 해외로 나가면 국내 일자리 감소와 경기 악화 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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