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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후원금을…” 동물사랑 등치는 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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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후원금을…” 동물사랑 등치는 사기 기승

입력
2017.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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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치료비가 부족해요”

애묘족에 후원금 거둬들이고

사용 내역 증빙 못해 고소까지

“검진 마쳤다는데 계속 설사”

반려견 등 분양사기도 끊임없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배모(31)씨는 몇 달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고양이 얘기를 자주 나누면서 친해진 A씨 통장에 후원금 1만원을 입금했다.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와 기르는데 장염과 당뇨 때문에 급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걱정”이라는 A씨 하소연을 들은 뒤다. 배씨뿐 아니다. A씨 사연은 SNS 등 인터넷에 퍼졌고, 고양이를 기르는 애묘가(愛猫家) 수십 명이 보내준 후원금은 100만원 가까이 모였다.

정작 A씨는 후원금을 실제 병원비로 썼는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배씨 등 몇몇이 ‘사용내역을 공유하라’고 요구하고 나서야 ‘지출 증빙’ 자료를 마지못해 보내왔지만, (후원계좌가 아닌)다른 계좌에서 지출된 내역도 포함된데다, 언제 어떤 진료했는지조차 명확히 알 수 없었다. 후원자들은 잔뜩 화가 났고, A씨는 결국 지난달 23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당하는 처지가 됐다. 배씨는 “피해 금액이 적다고는 하지만, 결국 동물을 향한 애정을 악용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증가하면서 타인의 동물 사랑을 돈벌이에 악용하는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예컨대 A씨 경우처럼 SNS 등으로 ‘병원비가 필요하다’거나 ‘버려진 동물을 구호하겠다’고 후원금을 받아 놓고는 제대로 된 증빙을 하지 않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 후원금을 가로채 고소·고발전이 벌어지는 일도 적지 않다.

충남 아산시에서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B씨는 후원금을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동물단체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후원금을 받고도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을뿐더러 질병 치료에도 소홀하다는 것이다. “B씨에게 유기동물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인터넷 서명 운동에 1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경기 포천시에서 유기견보호소를 하던 C씨가 후원금 수천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동물보호단체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하는 일도 있었다.

“병 든 반려견을 분양 받았다”는 등 사기 분양 피해도 빈번하다. 지난달 인터넷 직거래로 고양이 두 마리를 분양 받았다는 김모(23)씨는 “두 마리 모두 건강하며 검진을 마쳤다는 얘길 들었는데, 한 마리가 분양 직후부터 계속 설사 증세를 보여 따졌더니 검진은 거짓말이었다고 하더라”고 어이없어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반려동물 지원센터를 설치해 중성화 등에 들어가는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세부 계획을 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계획이 시행되면) 개인 간 이뤄지는 과도한 후원금 모금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무엇보다 후원자들은 사용처와 증빙을 확실히 요구해야 하고, 선의가 오해로 변질되지 않도록 모금자는 사용내역을 정확히 관리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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