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이 사망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 사건 주범의 친구인 20대 남성이 테러를 돕고 과거 다른 테러를 계획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법무부가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범 사예드 파룩의 친구이자 이웃인 엔리케 마르케스(24)를 이번 테러에 사용된 소총을 구매하는 등 중요한 지원을 한 혐의로 17일 체포해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또 당국은 마르케스가 2012년에도 파룩과 함께 미국 내 커뮤니티 대학과 고속도로를 공격할 계획을 세운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마르케스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중심부를 관통하는 91번 국도가 붐비는 시간에 파이프 폭탄을 던지고 교통을 마비시킨 후 총격을 가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이들의 모교였던 리버사이드 커뮤니티 대학 카페테리아에 파이프 폭탄을 던지자는 모의를 하기도 했다. 이런 계획들은 모두 파룩이 샌버나디노 테러를 함께 저지른 아내 타시핀 말리크를 처음 알게 된 2013년 이전에 세워졌다.
마르케스는 샌버나디노 테러 공격에 사용됐던 소총들과 폭발성 물질을 구매하기도 했다. 마르케스는 2011년 11월과 2012년 2월 테러 공격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돌격소총인 AR-15를 합법적으로 구입해 파룩에게 넘겼으며 2012년 폭발물을 제조할 수 있는 무연 분말을 구매했다고 진술했다. 마르케스가 구입한 두 정의 소총은 샌버나디노 인랜드 리저널 센터 공격 후 경찰과의 총격전이 발생한 현장에서, 무연 분말을 사용해 만든 파이프 폭탄은 센터 안에서 발견됐다. 마르케스는 또한 등록된 딜러를 통해서만 총기의 명의 이전이 가능하도록 한 캘리포니아 총기 법률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르케스와 파룩의 인연은 10대이던 마르케스가 파룩의 이웃이 되면서 시작됐다. 파룩의 권유로 마르케스는 2007년 이슬람으로 개종했으며 파룩은 마르케스에게 미국 출신 이슬람 성직자 안와르 알 올라키에 대해 알려주고 함께 알 카에다의 영어 잡지를 읽는 등 폭력적인 극단주의 성향을 키워왔다. 둘은 결혼으로도 얽혀있었는데, 지난해 마르케스는 마리야 체르니크라는 여성과 결혼했고, 체르니크의 자매인 타티아나는 파룩의 형제와 결혼했다. 로이터는 마르케스가 파룩의 가족과 허위 결혼을 해 미국 이민 당국을 속인 혐의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테러를 계획했던 마르케스는 그러나 2012년 리버사이드에서 테러를 계획하던 4명의 남성이 적발돼 체포된 후부터는 파룩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마르케스는 지난 2일 샌버나디노 테러 사건 직후에도 911에 전화를 걸어 파룩이 자신이 구입한 총으로 테러를 감행한 사실을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마르케스가 이번 테러에 가담했거나 사전에 이를 알았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대량 살상을 저지르려는 파룩의 의도를 당국에 알리지 못한 것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샌버나디노 사건을 계기로 미 본토 내 테러 공포가 확산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 회견을 열고 우려 불식에 나섰다.
17일 워싱턴시 인근 버지니아 주 맥클린에 있는 국가대테러센터(NC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정보 당국 및 대테러 전문가들이 파악한 본토 내 공격 위협에 관한 구체적이고 믿을만한 정보는 없다”며 “우리는 두려움에 굴복하거나 두려움 때문에 일상의 삶에 변화를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리스트들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당신들이 미국인을 공격하면 숨을 곳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고, 또 우리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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