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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하 기자

등록 : 2017.05.16 04:40
수정 : 2017.07.10 18:49

[컬처피디아] 배우들 무대연출 겸업시대... 만족하기엔 아직...

등록 : 2017.05.16 04:40
수정 : 2017.07.10 18:49

방송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해온 배우 박해미(위 사진)는 지난 2월 뮤지컬 ‘넌센스2’로 연출가 데뷔를 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뮤지컬배우 류정한(아래 왼쪽부터)은 뮤지컬 ‘시라노’로 프로듀서가 된다. 배우 황정민은 뮤지컬 ‘오케피’, 김수로는 연극 ‘밑바닥에서’ 등에서 연출과 출연을 겸했다. 로네뜨ㆍ프로스랩 제공ㆍ한국일보 자료사진

“지금까지는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엔 프로듀서로 좋은 작품을 소개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뮤지컬배우 데뷔 20주년을 맞은 류정한(46)이 7월 막을 올리는 뮤지컬 ‘시라노’로 제작자로서 첫 발을 디딘다.

원작 뮤지컬의 작곡을 맡은 프랭크 와일드혼으로부터 지난해 한국 공연 출연 요청을 받은 그는 대본과 음악에 매료돼 주연 배우는 물론 제작까지 맡게 됐다.

뮤지컬과 연극으로 관객들을 만나온 배우들이 직접 연출하거나 제작한 작품들이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던 배우 출신 연출가들은 캐릭터 설정과 연기 지도에서 장점을 발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배우 박해미는 올해 초 뮤지컬 ‘넌센스 2’로 연출가로 데뷔식을 치렀다. 배우 황정민은 2012년 뮤지컬 ‘어쌔신’으로 연출가로 데뷔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오케피’에서도 연출을 맡았다. 배우 오만석도 뮤지컬 ‘즐거운 인생’(2009) ‘트루웨스트’(2015) 등으로 연출가로 작품을 만들었다. 김수로는 연극 ‘밑바닥에서’를 연출했다.

연기 지도에서 강점 발휘하는 배우 출신 연출가

뮤지컬 연출가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다. 처음부터 연출가로 발을 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음악감독, 작가에서 연출가로 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대에 여러 번 올랐던 배우들이 연출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게 공연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배우들은 무대에 올라봤기 때문에 무대 문법에 익숙하고, 특히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을 연출하는 경우에는 더욱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배우 오만석은 ‘트루웨스트’ 연출을 맡기 5년 전 이미 이 뮤지컬에 출연했다.

배우 출신 연출가가 가장 강점을 보이는 부분은 배우들과의 소통이다. 뮤지컬연출가인 조용신 CJ문화재단 예술감독은 “연출을 하는 데 필요한 많은 요소 중 연기에서 배우 출신 연출가들이 장점을 발휘한다”며 “소극장 작품과 같이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중요한 경우 확실히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함께 활동한 뮤지컬 배우들과의 인맥을 활용하면 캐스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류정한은 15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출연료는 제작비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후배들이라 좋은 가격에 흔쾌히 작품 출연을 결정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출가는 배우의 연기뿐 아니라 무대 연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소통해야 하는 스태프도 많다. 배우 출신 연출가들이 배우 관점에서 작품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양날의 검과 같다. 한 공연관계자는 “배우 출신 연출가들이 만든 장면 하나하나는 괜찮지만 캐릭터 위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작품 전체를 꿰는 큰 콘셉트로 끌고 가는 힘이 약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박해미 연출의 ‘넌센스2’의 경우 “장면 장면마다 웃음을 주는 코드를 심는 데 집중했다”며 “이 작품은 코미디 장르긴 하지만 너무 웃겨야 한다는 데에 매몰돼 작품의 본질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연출 스스로 ‘연출가’라는 의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연출가로서 분명한 자리매김 필요

비판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배우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도 있다. 배우 출신 연출가나 프로듀서는 개별 작품의 홍보뿐 아니라 뮤지컬시장 전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지혜원 뮤지컬평론가는 “연출가가 턱없이 부족하고 제작 시장도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국내 뮤지컬업계에서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철저하게 도전한다면 뮤지컬 시장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의 박병성 편집장은 “낯선 작품을 친근하게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긴다는 측면에서 배우 출신 연출가가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 출신 연출가에 대해선 “아직까지 기가 막히게 연출한 사람은 없었다”는 게 평론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한 공연관계자는 “배우들이 연출을 맡은 작품은 창작뮤지컬인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해외 협력 등 다양한 스태프와 협력이 필요한 해외 라이선스 작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창작뮤지컬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조용신 예술감독은 “연출력은 재공연보다는 신작에서 판가름이 나는데 ‘넌센스2’나 ‘밑바닥에서’ 모두 재공연으로 연출력을 평가할 만한 작품이 아닐 수 있다”며 “재공연이더라도 연출이 굉장히 훌륭했다면 큰 화제가 됐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혜원 평론가는 “단순히 배우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수단이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보다 연출가로서 철저히 준비한 뒤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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