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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치러 포항 온 울릉고 34명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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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치러 포항 온 울릉고 34명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7.11.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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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을 치기 위해 포항으로 온 울릉도의 울릉고 학생들이 16일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수능 시험을 치기 위해 포항으로 온 울릉도의 울릉고 학생들이 16일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수능 치러 울릉도에서 포항까지 나왔는데 지진에 수능 연기 같은 일이 왜 생기는 지 속상했어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 해병대 청룡회관 1층 태극홀. 10일 울릉도에서 수능 고사장이 있는 포항으로 나온 울릉고 학생 34명 중 20여명이 탁자에 앉아 한 주 연기된 수능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펜과 책장 넘기는 소리뿐 쥐죽은 듯 조용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방해받기 싫다며 위층 숙소에서 따로 공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9시2분쯤 포항시 북구 북쪽 8km 지역에서 규모 3.8의 여진이 또 발생하자 학생들은 책을 덮을 새도 없이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했다. “지진 직후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안했다”는 이 학교 3학년 한보람(18) 학생은 “수능이 연기 되지 않았더라면 시험 도중 도망쳤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며 “여진도 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시험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15일 지진으로 불안에 떨던 학생들은 이날 저녁 수능 연기 발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한 주 더 낯선 환경에서 공부해야할 걱정이 태산이다. “울릉도로 돌아갔다 다시 시험치러 오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시간과 체력낭비가 발목을 잡았다.

마음을 다잡고 포항서 버티기로 한 학생들에게 숙소 문제가 현실적인 걸림돌로 다가왔다. 숙소인 청룡회관에는 16일부터 주말까지 일반 예약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포항 시내로 숙소 이전을 타진하던 무렵 예약 손님들의 취소가 잇따르면서 수능일까지 같은 장소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해병대 측의 협조도 한 몫 했다. 해병대 1사단 한승전 소령은 “일반 예약자들에게 울릉 학생들의 딱한 사정을 설명했더니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라면서 흔쾌히 취소해줬다”며 “학생들이 머무는 동안 숙박과 식사, 수송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을 옷도 문제였다. 학생 대표단과 인솔 교사들은 서둘러 당장 입지 않는 옷가지를 챙겨 포항시내 빨래방에서 세탁도 했다.

인솔교사인 울릉고 박영(33)씨는 “생각보다 학생들이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어 고맙다”며 “마지막까지 건강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울릉도 학생들은 과거 섬에서 수능 시험을 치렀지만 변덕스런 날씨와 풍랑 등 시험지 수송과 관리 등에 변수가 많아 1980년대 초 포항으로 한 주 일찍 나와 시험을 치른 후 귀가하고 있다.

울릉고 김종태(51)교감은 “집 떠나온 학생들이 마음의 안정을 취하면서 최고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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