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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출동 거절 세부기준 시행…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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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출동 거절 세부기준 시행… 실효성 의문

입력
2018.04.02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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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 따라 조치 또는 거절

도로에 유기동물 다닐 경우엔

또다시 목숨 담보로 출동해야

“제2의 아산 사고 막지 못할 것”

유기견 구조를 하던 여성 소방관과 교육생 등 3명이 희생을 당한 가운데 소방청이 마련한 ‘비긴급 생활안전출동 거절 세부기준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 방안이 소방관 안전 확보에 직접 도움이 될지 실효성이 의문인데다, 소방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저하 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소방청이 최근 일선 소방서에 의견수렴을 위해 내려 보낸 ‘비긴급 생활안전출동 거절 세부기준안’은 상황별 출동거부 기준을 긴급, 잠재긴급, 비긴급으로 나눌 뿐 아니라 ○(즉시조치), △(상황에 따라 조치), X(요청거절)로 나눠 세분화 하고 있다.

기준안은 ▦맹견, 멧돼지 등 위해 동물, 화재확인, 신변확인 등은 ‘긴급’상황으로 봤지만 ▦도로상 낙하물 또는 동물사체, 고드름 제거 등은 ‘잠재긴급’ ▦유기동물 보호, 주택 배관 단순누수, 정전 등은 ‘비긴급’으로 구분했다.

구체적으로 위해 동물 처리와 벌집제거는 ‘긴급’상황으로 구분돼있으며, 소방의 출동판단 기준도 ○로 구분했다. 최근 사고와 같이 유기동물이 자동차전용도로를 뛰어다녀 추가 사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여전히 즉시 출동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위해 동물 처리의 경우 벌집제거와 달리 유관기관에도 ○로 표시했다. 이번 사고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면 도로공사나 지방자치단체 등 도로 관리 유관기관도 적극 협조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벌집제거의 경우 119구조대는 화재 등에 대비하기 위해 출동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대신 소방안전센터나 생활안전대가 출동하도록 했다.

다친 야생동물 구조요청의 경우도 소방은 △, 유관기관은 ○ 사안으로 구분했다. 위험성 없는 유기동물이 돌아다니거나 건물 안으로 들어온 경우와 유기동물 보호요청에 대해서는 아예 소방은 X로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멧돼지가 식당에 들어올 경우 출동사안이지만, 비둘기 사체처리는 출동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유관기관은 ○로 했다. 잠금 장치 개방도 화재 및 신변확인, 수갑 풀기, 범죄자 검거를 위한 경우는 ○로 했지만, 단순히 문이 잠긴 사안은 X로 구분, 출동에서 제외했다.

전체적으로 비긴급 출동 부담을 줄여 긴급 출동 역량을 늘리는 게 골자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여성 소방관 사고와 같은 경우에는 바뀌는 것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인데다 소방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깨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비긴급 상황 전담 소방 부서와 인력을 늘려 대국민서비스를 오히려 확대하는 대안도 검토해 볼만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현재 추진중인 것과 비슷한 소방출동의 세부기준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수위를 높인다고 응급 업무 중 소방관 안전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며 “이를 근거로 소방이 응급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비응급 소방 인력을 확충해 응급 인력과 나누고, 소방서비스는 확대해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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