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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구의 동시동심] 똑딱 할멈

입력
2016.08.0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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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직 말복도 안 지났으니,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폭염의 절정’을 맞아야 할지 걱정이다. 피서를 떠난 분들도 많을 건데, 나는 잠깐 8월 중순께 가족 여행을 다녀오려 한다. 무더울 때는 피서 여행도 고행이고, 시원한 도서관을 찾아 열람실에서 동시를 읽으며 머리를 식혀야겠다.

류선열의 동시 ‘똑딱 할멈’을 보면 개구쟁이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개울물에 달려가서 “다이빙 선수처럼 거꾸로 물속에 뛰어들”고, 배가사리를 잡으려고 “물밑 바위 틈서리를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여럿이 어울려 물싸움을 하거나 실컷 놀다가 지치면 물 위에 죽은 듯이 드러누워 ‘송장헤엄’을 친다. 이렇게 노는 아이들은 햇볕에 그을려서 피부도 가무잡잡, 군살이 하나도 없겠다.

물속을 들락날락하면서 놀다 보면 귀에 물이 들어가는데, 그때는 똑딱 할멈을 불러야 한다. 똑딱 할멈을 어떻게 부르는지는 2연에서 말해 준다. “따뜻한 조약돌 두 개를 귀에 대고 똑딱똑딱 두들기며” 부르란다. 귓병이 안 나게 하려고 귓속의 물을 빼는 민간요법도 아이들은 이렇듯 놀이로 전환한다. 똑딱똑딱 소리를 내는 것은 조약돌인데, 그럼 똑딱 할멈은 귓속에 있나 조약돌 속에 있나?

류선열(1950~1989) 시인의 동시집 ‘잠자리 시집보내기’를 읽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뛰어난 시인이 있었다니! ‘보리피리’ ‘국수꼬리’ ‘어항 놓기’ ‘참새 사냥’ 등 그의 작품들은 당대 아이들의 놀이 풍속을 단순히 재현한 것이 아니라 리듬을 탄 정갈한 우리말로 아이들의 심리를 적확히 꿰뚫어 표현하고 있다. 그 속에서 아이는 조종되는 삶에 매인 게 아니라 자기 눈과 생각과 슬픔을 갖고 있었다. 읽을수록 그리워지는 아이들이 거기 있고, 읽을수록 그리워지는 시인이 거기 있다.

김이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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