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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쇼’ 고노 외무, ‘불사신’ 스가 관방, ‘여걸’ 노다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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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쇼’ 고노 외무, ‘불사신’ 스가 관방, ‘여걸’ 노다 총무

입력
2017.08.0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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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스캔들로 위기에 놓인 아베 총리가 국면전환용으로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3일 위안부관련 '고도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요헤이 전 총리의 아들인 고도 다로 신임 외무상이 도쿄의 총리공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학스캔들로 위기에 놓인 아베 총리가 국면전환용으로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3일 위안부관련 '고도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요헤이 전 총리의 아들인 고도 다로 신임 외무상이 도쿄의 총리공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2대째 외무장관 고노, 자민당 내 이단아

아버지 위해 간 일부 이식 효자이기도

현재 일본 정치권서 가장 영어 잘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고노(河野)담화’(1993년ㆍ위안부 강제성 인정) 주인공의 아들에게 외무장관직을 통보한 것은 개각 전날(2일) 밤 11시였다. 보수우익의 정체성과 반대되는 인물을 내세워 ‘깜짝쇼’를 해야할 만큼 긴박하게 이뤄진 승부수였던 것이다. 당초엔 아베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장관의 외무장관 기용설이 돌기도 했다.

산케이(産經)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는 개각을 앞두고 외교수장에 의외의 고노 다로(河野太郞) 기용 방침을 확인하는 측근에게 “괜찮다. 그는 아버지와는 다르다”며 “국제감각도 풍부하고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다로는 자민당에서 ‘이단아’로 불리는 존재다. 당내 선배들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자민당 행정개혁추진본부장 시절엔 각 중앙부처에 ‘성역없는 낭비삭감’을 요구해 관료사회에서 “야당보다 무서운 존재”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방재장관 재임중 발생한 지난해 4월 구마모토(熊本) 지진때는 비서관보다 빠르게 아내의 차를 몰고 총리관저에 도착해 주위를 놀라게 한 일화가 전해진다. 간염을 앓은 아버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의장을 위해 2002년 자신의 간 일부를 이식토록 내놓은 효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부친에 이어 2대째 일본 외무장관이 된 케이스다. 미국 조지타운대 출신으로 현재의 일본 정치권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백악관이나 국무부에도 독자적 인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무성은 “중국이나 한국에 평판이 좋을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지만 그의 엄격한 성격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본 아베 신조(가운데) 총리가 3일 개각을 단행한 뒤 총리관저에서 신임 각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EPA=연합뉴스
일본 아베 신조(가운데) 총리가 3일 개각을 단행한 뒤 총리관저에서 신임 각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EPA=연합뉴스

아베 정권의 ‘골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안팎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살아남아 막강한 권력을 입증했다. 무파벌에 아베의 신임을 배경으로 독특한 위상을 가진 그에 대해 자민당에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이 결정적으로 커진 문부과학성 내부문서의 존재와 관련 “괴문서”로 치부했지만 이후 문서가 드러난데다, 청문회 성격의 국회를 열어 총리가 출석하는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이었지만 정작 아베는 “도망치는 것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며 반대를 뿌리치고 국회에 나갔다.

자민당에선 심지어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와 지지율 급락 원인으로 스가 장관을 “A급 전범”(중견의원)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했다. 그럼에도 총리관저측은 지금처럼 위험한 국면에 스가 장관이 빠진다면 더 큰 위기를 부른다고 정리됐다는 후문이다. 정례 브리핑때마다 고압적이고 공격적인 인상이 특징인 스가는 중앙부처 간부 인사를 장악했고, 경제계까지 정보망을 가동하는 집요한 노력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입각한 고노 다로(외무),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郞) 국가공안위원장,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지방창생장관이 모두 그의 추천에 의해 이뤄진 ‘작품’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아베 총리를 치열하게 비판해온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자민당 총무회장이 3일 개각에서 총무장관에 전격 발탁된 뒤 총리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아베 총리를 치열하게 비판해온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자민당 총무회장이 3일 개각에서 총무장관에 전격 발탁된 뒤 총리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이번 개각의 또다른 포인트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장관은 아베의 의사타진을 흔쾌히 수용하며 오히려 여성활약담당장관의 겸직도 요청했다고 한다. 당찬 성격의 그는 첫날부터 기자들에게 “내년 자민당 총재선거에 반드시 출마한다”고 말하고 있다. 내각에서 야당역할을 자처하는 ‘여걸’을 끌어들임으로써 아베 총리는 눈앞에서 차기 경쟁구도가 공론화되는 풍경을 지켜보게 됐다.

한편 일본내 인터넷에선 새로 생긴 ‘사람만들기혁명 담당 장관’(경제재생장관이 겸직)을 놓고 반응이 뜨겁다. 아베 총리가 새로 들고 나온 ‘인재양성’화두를 책임지는 각료다. “몇 번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나가타초(永田町ㆍ총리관저가 있는 곳)의 사람부터 만들라”는 냉소적인 반응들이 눈에 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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