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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 의중대로 법관 비위 뭉개... “행정처 윤리감사관 외부개방 속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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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 의중대로 법관 비위 뭉개... “행정처 윤리감사관 외부개방 속도내야”

입력
2018.08.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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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들 “윤리감사 독립성 확보해야” 

 행정처 “법무부와 협의해 정부입법 추진” 


법관 비위 감사를 맡는 대법원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이 되레 직속 상관인 행정처 차장 지시를 받고 사건 은폐에 관여한 정황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법관이 맡는 윤리감사 직이 수뇌부 의중에 휘둘려 제 구실을 못한 지 오래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윤리감사관직 외부 개방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부산고법 문모 판사 비위 은폐’ 의혹을 받는 김모(50) 전 윤리감사관(현 변호사)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지시를 받고 ‘문모 판사 관련 리스크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감사관이 2016년 9월 28일 작성한 해당 문건에는 문 판사의 건설업자 정모씨 뇌물사건 항소심 개입 의혹을 두고 ‘정식 조사시 (외부위원이 있는) 법원 감사위원회의 필요적 감사 대상이 돼 외부 유출 불가피’ ‘공판을 1, 2회 더 진행해 항소심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필요’ 등 은폐 방안이 적혔다. 정식 조사는 하지 않았다.

윤리감사관은 법원행정처 차장 직속으로 법관 비위 의혹 관련 보고라인은 ‘행정처 차장 → 처장’이며, 징계 청구가 될 만한 사안은 징계청구권자인 대법원장에게 보고한다. 문건에는 또 고영한 당시 행정처장(대법관)이 윤모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구두 전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말씀 자료’도 드러나 고 전 대법관의 실제 관여 여부도 검찰이 살피고 있다.

아울러 문 판사 비위 정도와 행정처 내부 지침 등에 비추어 양 전 대법원장이 문건 관련 내용과 후속조치 등을 보고 받았을 가능성도 크다. 양 전 대법원장 때 윤리감사관실에는 ‘판사 비위(금품 수수 등) 의혹, 특히 언론 등 외부 노출 우려가 있는 사건은 대법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부 지침도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 문건 등을 토대로 김 전 감사관에게 무마 정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경위와 실제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됐는지 등을 캐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문제의 문건 작성일로부터 불과 22일 전 이른바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된 현직 부장판사 구속 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윤리감사 강화안’을 꺼냈었다. 전국 법원장을 긴급 소집한 뒤 윤리감사관실 기능 강화와 확대 개편 등을 밝히며 법관윤리감찰 시스템 강화를 공언했지만, 한 달도 안 돼 비위 은폐 기획 문건이 생산된 것이다.

현직 법관 구속이란 악재가 터진 뒤 추가로 법관 비리가 노출될 것을 우려한 사법 수뇌부 의중에 따라 윤리감사관실이 사건을 뭉개며 결국 국민을 기만한 것이란 일선 판사들의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에 더해 당시 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친분이 있던 문 판사 사건을 덮으려 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판사들은 비위 의혹 사건의 확실한 처리를 위해 검찰과 법무부처럼 행정처 윤리감사관직의 외부 개방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장 보좌조직인 행정처의 윗선과 인사권을 쥔 대법원장 의중에 반해 독립적 감찰 기능을 발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근무연 등으로 얽힌 판사 비위를 제대로 처리하기도 쉽지 않고 세간의 ‘봐주기’ 시선을 피하기도 어렵다”며 “외부 개방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여러 개편 작업 중 하나인 윤리감사 외부 개방을 위해 법무부와 협의해 정부 입법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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