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보험다모아’ 출범 앞두고 23일 시연회
실손.자동차 보험 등 6종 207개 등록
상품구조 복잡한 생명보험은 우려도 많아
‘차종: 대형, 가입연령: 만 51세 이상, 보험가입 경력: 3년, 보험대상 운전자 범위: 1인 한정, 성별: 남자, 담보종목: 전담보’
23일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 시연행사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직접 사이트에 접속해 보험가입 절차를 밟았다. 임 위원장이 선택한 상품 카테고리는 자동차보험. 상품 종류를 선택하자 6단계에 거친 기본정보를 입력하는 창이 연속으로 떴고, 이후 해당 기준에 따른 상품별 보험료가 낮은 가격 순으로 정렬됐다.
다양한 보험상품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보험상품 가격비교사이트 ‘보험다모아’가 30일 출범을 앞두고 이날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시연행사를 가졌다. 금융위원회는 ‘보험다모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보험사 간의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9일 현재 ‘보험다모아’에 참여하는 보험사는 손해보험 13개사와 생명보험 23개사다. 상품 종류는 단독실손(25개), 자동차(11개), 여행자(7개), 연금(36개), 보장성(85개), 저축성(43개) 등 총 207개다. 가입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보험다모아’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원하는 보험종류를 선택하고, 나이, 성별 등의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상품들이 최저가순으로 나열된다. 그 중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클릭하면 해당 보험사의 상품설계 사이트로 연결돼 가입절차자 진행된다.
보험슈퍼마켓의 최대 격전지는 자동차보험 시장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데다 매년 갱신해야 하는 특성상 보다 저렴한 상품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전용 보험상품의 경우 오프라인 상품에 비해 10~15% 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애니카 다이렉트’를 제외하면 다른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은 온라인 채널로 접속을 해도 반드시 전화상담 단계를 거쳐야 가입절차가 마무리되는 ‘반쪽 온라인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온라인전용상품 개발에 바짝 속도를 내는 중이다.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동부화재 KB손보 현대해상 등이 기존 상품보다 15% 가량 저렴한 온라인전용 자동차보험을 내년 상반기 중에 출시할 예정이다. 당국은 이 같은 경쟁이 상품 가격을 낮추고 종류를 다양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임 위원장도 이날 행사에서 “보험사들이 경쟁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을 산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이나 여행자보험처럼 구조가 정형화된 상품이 아닌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특히 상품구조가 복잡한 생명보험의 경우 특약에 따라 보장범위나 보험료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보험슈퍼마켓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상당수 생보사들은 당장은 ‘보험다모아’에 온라인 전용이 아닌 기존 상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등 구색 갖추기 정도의 참여만 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보험다모아’의 경우 최대한 저렴한 가격을 노출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대부분의 생명보험상품은 특약을 제외한 주계약 가격만을 보여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펀드슈퍼마켓에서 펀드를 고르듯 보험상품을 골랐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라며 “펀드는 수익률, 운용현황 등 단순 수치만으로 비교가 가능하지만 보험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쇼핑 보험 판매가 불완전 판매, 과장 홍보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보험슈퍼마켓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상품 진열 만이 아니라 전문 상담 서비스 등이 결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선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이 복잡한 보험 상품을 손쉽게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게 하라면 금융투자 부문에서의 ‘랩 서비스’처럼 독립투자자문사들과 연계한 자산관리서비스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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