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요즘 중2 수학시험, 두손 두발 다 들 지경

알림

요즘 중2 수학시험, 두손 두발 다 들 지경

입력
2017.01.02 20:00
0 0

선행학습 없이 풀기 어려운

난이도 ‘극상’ 문제 다수 출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어느 여행사가 15~30명 미만 단체여행은 비용의 10%, 30명 이상은 20%를 할인해준다. 회원이 30명이 안 되는 한 모임이 20% 할인을 받기 위해 30명으로 단체 신청을 했으나, 3명이 올 수 없게 됐다. 이에 총액의 10%인 해약수수료를 내고 갈 수 있는 회원 수대로 15~30명 미만 단체 신청으로 변경하였더니 더 손해가 났다고 한다. 이 모임의 회원은 최소 몇 명인가?’(서울 A중 2학년 기말고사 문제)

지난해 1학기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기말고사에 출제된 수학 문제다. 읽는 것도 버거운 저 문제를 풀려면 인원을 미지수로 하고 여행비용은 의미 없는 값이라는 걸 풀이 과정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비율에 대해서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수업만 받은 중학교 2학년은 풀 수 없는 극도로 어려운 문제다.

실제로 전국의 사교육 과열 지역의 중학교 수학 시험에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없거나, 선행학습을 받아야만 풀 수 있는 어려운 문제가 다수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수도권을 비롯한 6개 광역 자치단체(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의 사교육 과열지구 내 중학교 2개교를 선정해 2, 3학년의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 수학 시험지를 27명의 현직교사가 공동으로 분석, 2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전체 35개 시험지 중 32개(91.3%)에서 ‘극상’ 문항이 최소 한 개 이상 출제됐다. 극상 문항은 여러 개념이 복합적으로 활용되거나 계산과정이 복잡해 풀이방법을 여러 번 반복해 훈련해야 풀 수 있는 고난도 문항으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성취기준 및 성취수준’에도 없다. 조사한 학교는 전체 문항 중 평균 14.6%(3.3 문항)의 극상 문제가 출제됐고, ‘상’ 수준 이상 문항 비율은 평균 41.5%(9. 6문항)에 달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학교 시험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상 이상 문항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학교 수업만으로는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으나 선행학습을 통해 얻은 상위 학년의 지식을 이용하면 유리한 선행학습 유발 문항도 35개 시험지 중 27개(77.1%)에서 출제됐다. 선행학습 유발 문항은 전체 문항 중 평균 9.3%(2.1 문항)를 차지했다. 2014년 9월부터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 시험에서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문항이 출제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을 유발하는 학교 시험으로 인해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고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수학교육의 질까지 저하되고 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항을 출제하는 학교를 철저히 지도ㆍ감독하고, 학교는 상ㆍ중ㆍ하 수준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