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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핼러윈 금기 의상

입력
2017.10.30 14:5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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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은 고대 아일랜드 켈트족의 세시풍습에서 유래한다. 켈트족은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1일을 새해의 출발로 보았는데, 그 전날인 10월 31일에 죽은 사람의 영혼이 가족을 찾아온다고 믿었다. 그 속에 나쁜 영혼들이 섞여 해코지하는 것을 막는 일종의 엑소시즘 의식으로 분장을 하고 모닥불을 피웠다. 이 날은 기독교 만성절(萬聖節)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 전야와 날짜가 겹치는 것을 두고 이교도의 풍습을 희석시키기 위해 가톨릭이 원래 5월이었던 만성절을 옮겼다고 보기도 한다.

▦ 핼러윈 행사를 벌이는 지역은 아일랜드와 영국 그리고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이다. 기독교 문화권이지만 가톨릭 신자가 많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을 비롯해 라틴 문화인 남미 여러 나라 등은 만성절을 기념하는 정도이다. 동방교회가 주축인 러시아도 핼러윈을 무시한다. 그 외 켈트 문화인 독일이나 전후 미국 대중문화가 확산된 일본 한국 동남아 정도가 이날을 챙긴다. 기념이라고는 해도 세시풍습의 의미는 전혀 없고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기발한 복장을 하고 파티를 즐기는 날이다.

▦ 미국에서는 핼러윈에 불쑥 남의 집을 찾아갔다가 총에 맞는 사고가 나기도 한다. 늘 논란이 되는 것은 복장 문제다. 켈트족 전통에 맞춰 귀신이나 유령 차림을 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더 특이한 복장을 좇다가 망신 당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 두 유형이 인종 등 타인을 비하하는 복장, 역사ㆍ사회 문제에 무지한 옷차림이다. 몇 년 전 유나이티드항공 승무원들이 미국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사고를 패러디한 핼러윈 변장 모습을 SNS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우스꽝스럽게 보이려고 흑인으로 변장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일본 아이돌그룹 ‘게야키자카46’이 지난해 핼러윈 때 나치 장교복을 연상시키는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비판 받은 것은 역사문제에 몰지각한 대표적 사례다.

▦ 핼러윈을 두고 수입 기념일이라느니 상술이라느니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흥청망청하다 폭력 사고도 빚는다. 하지만 전통기념일만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홀로족이 늘어가는 마당에 한때를 즐기는 파티 문화라고 생각하면 그리 나쁠 것도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니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될 일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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