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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반군이 통치했던 지역 이젠 마약 갱단이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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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반군이 통치했던 지역 이젠 마약 갱단이 접수

입력
2018.07.17 17:47
수정
2018.07.17 19:3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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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마약 생산기지 오명

정부군 소탕작전에도 세력 건재

콜롬비아 마약단속반 소속의 한 경찰관이 콜롬비아 과비아레주(州) 시골 지역에 있는 마약 조직의 코카인 제조시설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콜롬비아 마약단속반 소속의 한 경찰관이 콜롬비아 과비아레주(州) 시골 지역에 있는 마약 조직의 코카인 제조시설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1970~1990년대 초반 콜롬비아는 물론, 전 세계를 주름잡은 마약 조직 ‘메데인 카르텔’의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 역사상 최초의 ‘마약왕’으로 불린 그는 1992년 정부군에 사살됐지만,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 마약 생산기지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최대 반군이었던 옛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자금줄 확보를 위해 메데인 카르텔 잔당과 손을 잡고 마약 제조와 유통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6년 FARC가 콜롬비아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 합법 정당으로 탈바꿈하면서 ‘마약 재배 근절’을 합의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잎 재배 면적은 갈수록 늘고 있다. 왜일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현지 르포를 통해 “과거 반군 통치 지역이 이제 마약 갱단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FARC가 무장해제 선언과 함께 떠난 곳을 기반으로 신흥 마약 조직이 급성장했다는 얘기다.

WSJ에 따르면 현재 콜롬비아의 4대 마약 밀매조직 중 가장 강력한 곳은 우익 민병대 출신들이 북부에서 결성한 ‘걸프 클랜’(이하 클랜)이다. 코카인 제조시설 운영과 마약 운반 등을 위해 수십 개의 군소 조직을 활용하고 있으며, 돌격용 소총과 지뢰 등으로 중무장한 단체다. WSJ는 “클랜은 FARC가 점령했던 지역에서 코카인 거래를 통제하려는 중앙 정부는 물론, 다른 마약 조직들과도 전투를 벌여 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1~4월 마약 재배 지역 살인 사건은 전년 대비 45%나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2016년 1월 이후 살해된 지역사회 지도자 181명 대다수가 마약밀매에 공개적으로 반대했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평화를 위한 아이디어’의 마리아 빅토리아 요렌테 국장은 “FARC가 구축한 질서만 붕괴됐고, 새로운 질서는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롬비아의 지난해 코카인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11% 늘어난 20만8,000㏊, 생산량은 19% 증가한 921톤에 각각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최근 백악관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과거 파블로 소탕작전보다도 정부군이 훨씬 더 대규모의 공세를 퍼붓고 있는 탓에 클랜 역시 최근에는 세력이 약화되긴 했다. 정부는 마약범죄 조직원의 집단 자수 시 형량을 최대 50% 감경하는 ‘당근’도 제시한 상태다. 그 결과 클랜의 조직원 2,000명이 이탈했고, 불법 자금 2억달러 이상도 회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클랜 등 기존 마약 조직이 해체된다 해도, 이는 결국 새 조직의 등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게 경찰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라틴아메리카정책그룹 워싱턴 사무소의 애덤 아이작슨은 “소멸된 조직을 대체하는 조직은 늘 나오기 마련”이라며 “국가적 또는 국제적 차원이 아니라 ‘지역적’ 수준으로 활동하지만, 그들을 모두 더하면 FARC만큼 대규모의 인력이 된다는 게 진짜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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