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16세기 조선군 화포 ‘불랑기’ 강화군서 발굴

알림

16세기 조선군 화포 ‘불랑기’ 강화군서 발굴

입력
2017.04.25 11:22
0 0

건평돈대에서 모포 1문 출도

제조시기와 제조자도 파악돼

인천시립박물관, 26일 공개 예정

인천 강화군 양도면 건평돈대의 무너진 포좌에서 출토된 불랑기 모습.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인천 강화군 양도면 건평돈대의 무너진 포좌에서 출토된 불랑기 모습.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16세기 유럽에서 전해진 이후 조선군의 주요 화포가 된 ‘불랑기(佛狼機)’의 모포가 실전 배치 장소에서 처음으로 발굴됐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립박물관은 강화군의 의뢰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달 21일부터 강화군 양도면 건평돈대(인천시 기념물 제38호)에서 발굴 조사를 벌이던 중 무너진 포좌에서 불랑기 모포 1문을 출토했다.

건평돈대에는 유사시 적의 상륙을 막기 위해 2~4개의 포좌를 설치하고 불랑기를 배치한 것으로 기록에 전하는데 이번에 그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돈대는 병자호란 이후 강화도의 방비를 위해 외적을 탐지하고 상륙을 저지할 목적으로 쌓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 군사 시설이다. 1679년(숙종 5년) 강화도 해안 요충지에 48개를 쌓았고 이후 6개를 추가로 건설했다. 건평돈대는 당시 건설된 돈대 가운데 하나다.

서양식 화포인 불랑기는 화포로 포문으로 포탄과 화약을 장전하는 전통 화포와 달리 현대식 화포처럼 포 뒤에서 장전을 한다. 불랑기는 포신인 ‘모포(母砲)’와 포탄과 화약을 장전하는 ‘자포(子砲)’로 분리돼 있다. 모포 뒷부분에 자포를 삽입한 뒤 불을 붙여 발사하는 방식이다. 보통 1개의 모포에 5개의 자포가 한 세트를 이뤄 빠른 속도로 연사가 가능하다. 시립박물관 측은 “모포가 총이라면 자포는 탄창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출토된 불랑기 모습.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출토된 불랑기 모습.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시립박물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불랑기는 모표와 자포 등 약 12문이 확인됐으나 대부분 출토지가 분명치 않다. 불랑기 자포는 2009년 서울시 신청사 부지(조선시대 병기제조관청인 군기시 터)에서 1점이 출토된 바 있다. 1563년 제작된 이 자포는 보물 861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불랑기 모포는 출토지가 확실한 예가 없다고 시립박물관 측은 밝혔다.

이번에 출토된 건평돈대 불랑기 포신 하단에는 ‘[1680년(숙종 6년) 2월 삼도수군통제사 전동흘등이 강도돈대에서 사용할 불랑기 115문을 만들어 진상하니 무게는 100근이다. 감주군관 절충장군 신청, 전 추관 최이후 전 만호 강준, 장인 천수인’이라고 새겨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랑기의 제조시기와 제조자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는데, 지금까지 발견된 불랑기의 명문 가운데 가장 자세한 기록이다.

시립박물관 관계자는 “건평돈대 불랑기는 조선시대 무기사 연구는 물론 조선 후기 도성과 강화 방비체계 연구에서 보기 드문 실물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라며 “인천시에서 추진 중인 강화 돈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업과 관련해 유적의 가치를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립박물관은 26일 오후 2시 건평돈대에서 출토된 불랑기를 언론 등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