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제주지검장이 18일 사표를 내고 법무부가 이를 전격 수리한 것은 김 지검장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혐의가 상당부분 인정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찰에서는 비공식적으로 “90% 이상 김 지검장이 맞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사표를 수리한 법무부에 대해 봐주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사실상 김 지검장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건 당일인 12일 밤 제주 중앙로 인근 분식집 근처에서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 지검장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목격자인 여고생 A(18)양에게 얼굴을 확인시켰다"고 밝혔다. 당시 A양은 "녹색 티와 하얀 바지, 머리가 벗겨진 점 등을 보니 비슷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단순히 현장 근처에 있어 체포된 것이 아니라 목격자의 1차 확인을 거친 뒤 연행했다는 것으로, "옷차림이 비슷해 잡혔다"는 김 지검장의 최초 해명과 배치된다.
다만 경찰은 핵심 증거가 될 CCTV 영상이 흐릿해 인물 식별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등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법무부가 김 지검장의 사표를 즉시 수리(의원 면직)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형사 사건의 수사 대상이 된 검사는 우선 직무배제 혹은 보직 이동 후 진상을 파악하는 게 원칙이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수사대상이 됐던 박기준 당시 부산지검장도 사표를 냈지만, 당시 법무부는 직무배제 뒤 보직을 이동시켰다. 또 방송인 에이미의 부탁을 받고 의사를 협박한 혐의를 받은 전모 검사에 대해서도 직무배제 조치를 먼저 취했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감찰을 하겠다는 감찰본부의 결정마저도 무시한 처사"라며 "법무부가 김 지검장의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고 서둘러 꼬리를 자른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현직 검사도 "일명 스폰서 검사, 에이미 검사만큼이나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데, 정상적 방법을 놔두고 왜 이리 성급한 결정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2005년 신설된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대통령 훈령)’에 따라 김 지검장은 의원면직 대상이 안 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훈령 3조 3항은 "공직자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때에는 의원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3항이 말하는 비위는 검찰 직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건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 관계자는 "조항 어디에도 직무 관련성 언급은 없다”며 검찰의 자의적 해석을 의심했다. 의원 면직은 비위로 파면되는 직권 면직, 징계 면직과 달리 변호사 개업에 제약이 없으며 연금도 받을 수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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