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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월요일 놀고 토요일 일하자

입력
2016.09.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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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내년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2017년 추석 연휴는 무려 일주일 간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년은 추석이 10월4일(수요일)이어서 원래 3~5일 화ㆍ수ㆍ목요일이 연휴다. 그런데 3일이 개천절이어서 금요일인 6일이 대체 공휴일이 된다. 주말에 이어 월요일인 9일도 한글날이다. 이렇게 10월 첫째 주 화요일부터 다음주 월요일까지 이레 동안 놀 수 있다. 만약 추석 연휴 전날인 2일을 연월차 휴가로 쓴다면 열흘간의 초장기 연휴가 생긴다. 2일이 월요일이어서 토요일인 9월30일과 일요일인 10월1일까지 붙여 사흘을 더 쉴 수 있다.

그러나 2017년10월2일 실제로 연월차 휴가를 내고 열흘 간의 초장기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이는 대기업 직원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추석 연휴도 원래 닷새였지만 많은 대기업 직원은 연휴 직전 월요일과 화요일인 12,13일을 연월차 휴가로 활용, 토요일인 10일부터 다음주 일요일인 18일까지 총 9일간 쉬었다. 고용노동부도 경제 5단체에 공문을 보내 이를 장려했다. 연월차 수당을 줄일 수 있는 대기업은 호응했다.

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연차 휴가 사용 공문에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만 느꼈다. 그렇지 않아도 조업 일수와 노동력 부족으로 납품 기일을 맞추기 힘든 상황에서 추석에 연차 휴가까지 쓴다는 것은 그림의 떡이다. 추석이 오히려 대목인 서비스 업종도 마찬가지였다. 공휴일이 아닌 이상 ‘을’이 쉴 수 있는 날은 없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2017년10월2일을 아예 공식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10월2일은 징검다리 연휴여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아도 대기업 직원은 알아서 쉴 것이다. 이날 놀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감만 커질 것이다. 쉬는 곳과 쉬지 않는 곳이 혼재하면 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 이럴 바에야 공휴일로 정해 국가 차원에서 함께 노는 게 낫다. 전엔 생산과 경제를 위해 일을 많이 하는 게 중요했지만 이젠 노는 날을 늘리는 게 소비와 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마냥 놀기만 할 순 없다. 임시 공휴일을 남발해 조업일수가 줄면 경제에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는 2017년10월2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하면서 연휴 뒤 첫 토요일인 14일을 대체 근무일로 지정해 해소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근무일수나 학업일수는 줄어들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모두 열흘간의 초장기 추석 연휴를 마음 편히 누릴 수 있다.

중국도 이런 방식으로 공휴일 제도를 운영한다. 우리의 설인 춘제(春節)와 국경절(10월1일)에 통상 일주일간 쉬면서도 연휴 전주나 다음주엔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대체 근무일로 정해 학업일수와 근무일수를 맞춘다. 이런 날엔 학생들도 등교하고 은행도 정상 근무한다. 평일과 똑같다.

2017년10월2일을 임시 공휴일로 하고 10월14일을 대체 근무일로 할 지 여부는 ‘미리’ 정해 공표해야 한다. 고작 일주일 여 앞두고 발표된 지난 5월6일 임시 공휴일은 큰 효과가 없었다. 추석 연휴 일주일 전에야 연차 휴가 사용 독려 공문을 보낸 것도 뒷북이었다. 가급적 올해 안에 내년 추석 연휴를 열흘로 할 지를 결정해야 국민들도 준비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소비 진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내년 달력을 찍을 때 아예 빨간색으로 표시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참고로 중국은 이듬해 연휴와 대체 근무일을 전년 12월초 공표한다.

이 참에 어린이날을 5월 첫째주 월요일로 바꾸는 등 미국식의 ‘해피 먼데이 요일제 공휴일’ 방안도 논의해볼 만 하다. 놀 때 확실하게 놀아야 일할 때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연휴의 경제학이다.

박일근 산업부장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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