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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대학구조조정 학생 학교가 주도해야

입력
2016.03.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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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학진학률은 여전히 70%에 가까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평균인 41%를 크게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졸자가 넘치다 보니 4년제 대졸자 취업률은 55%에 그친다. 취업 준비자나 포기자를 말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대졸자다. 앞으로 일자리가 인구보다 더 빨리 감소하면서 고학력 취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2014~24년 중 전문대 이상 졸업생 중 17%는 일자리가 없을 거라는 예측이다. 교육부 장관의 지적대로 “대학진학률이 현재의 절반 정도로 줄어야 이상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대학에 암울한 소식이다. 2023년이 되면 대학 정원은 56만명인데 고교졸업생은 40만명에 불과하게 된다. 지금처럼 대학진학률이 70%를 유지해도 대학은 반만 차게 된다. 많은 대학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응해 대학의 정원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지원이 정원에 미달하면 어차피 정원은 의미가 없다. 굳이 정원을 줄여 반발을 살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없는 대학이 자연스레 퇴출되도록 하면 된다. 이런 점에서 국회계류 중인 대학구조개혁법은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자발적 퇴출 시 대학 출연금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 주는 것에 대한 반대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국회는 미래의 인재수급이라는 더 큰 명분을 중시해 주길 바란다.

교육부의 정원감축은 단기간에 대학진학률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대학 나와 봐야 별 것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대학지원은 저절로 줄어 든다. 억지로 문을 좁히면 재수, 삼수 등 또 다른 부작용만 생긴다. 선진국의 40~50% 대학진학률은 학생들이 선택한 결과이지 정원을 묶은 결과가 아니다.

대학생 숫자만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전공자인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요즘 대학가에는 ‘단군 이래 최대 대학지원사업’이라는 프라임 사업이 화제이다. 이는 교육부가 정원조정에 자체 합의한 대학에게 50억~3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매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산업수요에 맞추어 이공계 정원은 늘리고 인문사회계는 줄이자는 것이 정책목표이다. 대학이 전공별 기득권에 묶여 있다 보니 정부가 돈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학별로 정원이 줄거나 통폐합되는 학과를 중심으로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미래 수요에 맞추어 졸업생이 배출되어야 한다는 교육부의 문제의식에 찬성을 보낸다. 그러나 그 달성 방법에 문제가 있다. 정부가 특정 전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른 전공 분야의 학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 인공지능으로 향후 4년간 5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데 정부가 무슨 능력으로 수요를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전공별 정원은 정부가 아니라 학생들이 결정할 사안이다. 지원이 넘치는 전공은 정원이 늘고 학생이 없는 전공은 정원이 줄도록 정원 산정 기준을 만들어 매년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정원 유지를 위해 학과별로 허수지원을 독려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입학 후 두 학기 등록금을 낸 학생들을 기준으로 다음 해의 정원을 정하면 된다. 매년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동평균을 적용하는 것이 좋겠다. 이를 통해 대학 내 전공별 경쟁에 불을 붙여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 및 전공의 생사를 교육부가 아니라 국민이 결정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앞으로 문ㆍ이과도 통합되는데 장기적으로 학과를 폐지하고 전면 자유전공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학생은 선택하지 않으나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전공분야가 있다면 정부가 그 전공 지원자에 장학금을 더 배정하는 방식으로 간접 개입하면 된다.

대학진학률을 낮추고 수요에 맞게 졸업생이 배출되어야 한다는 교육부의 정책목표에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정부가 결정하고 국민을 따라 오게 하는 시대는 지났다. 결정권을 수요자인 국민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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