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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반군과 맺은 평화협정 향방 달렸지만… 콜롬비아 국민 “흥미 없다”

입력
2018.03.08 19: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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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선두권 오른 우파 두케

“평화협정 수정 노력할 것”

페트로ㆍ파하르도는 “기조 유지”

“정부ㆍ반군 협정 볼 이유 없다”

정치 불신 빠진 콜롬비아 국민

65%는 “선거 언제인지도 몰라”

왼쪽부터 중도 성향의 세르히오 파하르도,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 우파 성향의 이반 두케. 각 후보 공식 홈페이지 및 로이터 연합뉴스
왼쪽부터 중도 성향의 세르히오 파하르도,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 우파 성향의 이반 두케. 각 후보 공식 홈페이지 및 로이터 연합뉴스

남미 콜롬비아는 2016년 말 반세기 동안 이어진 오랜 내전을 종식시켰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현 정부와 콜롬비아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평화협정에 합의하면서다. 오는 5월 대선을 앞두고 평화협정은 여전히 콜롬비아의 최대 화두다. 외신들은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평화협정의 향방이 정해진다며 “콜롬비아의 평화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콜롬비아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 선거에 심드렁한 모습이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와 우파 성향의 이반 두케가 1,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콜롬비아 매체인 콜롬비아리포츠는 지난 1일 현지 여론조사 기관 시프라스이콘셉토스를 인용해 페트로와 두케가 각각 22%의 지지율을 보여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도 성향의 세르히오 파하르도(11%), 부통령 출신의 헤르만 바르가스 예라스 (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의미 있는 판도 변화다. 한달 전만 해도 페트로와 파하르도의 양강 구도였다. 그러나 이후 두케가 치고 올라오면서 선거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21일 사이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두케는 페트로(22%)와 파하르도(16%)에 이어 3위(15%)에 올라섰다. 콜롬비아리포츠는 “논쟁이 있는 FARC와의 평화협정, 이웃 나라인 베네수엘라에서의 긴장 고조 등이 두케의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케를 밀고 있는 강경 우파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은 “좌파가 콜롬비아를 ‘제2의 베네수엘라’로 몰고 갈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두케가 당선될 경우 평화협정에 지각변동이 생길 수 있다. 두케는 협정을 파기하지는 않겠지만 수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마약 밀매 등 범죄 행위를 저지른 반군 지도부에 대한 처벌 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페트로와 파하르도가 승리하면 기존 평화협정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평화협정 지지자인 페트로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 정의’를 비롯해 ‘평화를 위한 싸움’을 주요 가치로 강조하고 있고, 파하르도 역시 선거에서 ‘평화+합법성+교육=기회’라는 구호를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FARC의 평화협정안은 2016년 10월 국민투표에서 찬성 49%, 반대 50%로 부결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개정된 협정안을 마련했고 국민투표가 아닌 의회를 통해 같은 해 12월 새 평화협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우리베 전 대통령을 비롯한 평화협정 반대 진영에서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개정된 평화협정 역시 여전히 반군에게 너무 관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평화협정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최대 이슈로 떠올랐지만 정작 콜롬비아 국민들은 이 문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평화협정이 실생활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콜롬비아 국민의 70%는 평화협정을 매듭 지은 산토스 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는데, 산토스 임기 동안 경제 상황이 악화된 것을 이유로 꼽았다. 콜롬비아 우리비아에 거주하는 원주민 오르텐시아 이푸아나는 “우리는 여기서 매일 살기 위해 싸운다”며 정부와 반군 간의 평화협정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답했다.

실제 평화협정 체결 이후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기보다 악화됐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세계 원조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인 데벡스는 “평화협정 이후 원조기구들이 다른 위기국가로 자금을 돌리면서 콜롬비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후퇴했다”며 “영양실조 비율이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에서 콜롬비아 업무를 담당하는 지라드 고메즈는 “평화협정은 많은 이들이 희망했던 번영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평화협정에도 불구, 폭력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FARC가 빠져나간 자리를 범죄조직이 파고들면서 치안은 계속 불안한 상태다. 세계식량계획(WFP) 콜롬비아 대표인 데보라 힌스는 “평화협정 체결 이후 폭력이 줄길 바랐는데, 폭력이 더 늘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콜롬비아 농민들을 인터뷰한 기사에서 “이들은 평화협정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며 “과거 그들의 땅과 집을 자기네 것처럼 사용하거나 생명을 위협한 반군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에서 반군의 의도를 의심할뿐더러, 정부도 그들의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불신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남미 매체인 텔레수르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 지정학전략센터(CELAG) 설문조사 결과, 77%가 정치에 불만족한다고 답했고, 64.9%는 대통령 선거가 언제 열리는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을 놓고 칼럼니스트인 리카르도 실바 로메로는 “콜롬비아가 다음 페이지를 어떻게 넘겨야 할 지 모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콜롬비아 대선 1차 투표는 5월 27일에 치러진다.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차 투표를 실시한다. 2차 투표는 6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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