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요즘 같은 영하의 날씨에는 정상 체온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몸의 온도가 1도만 떨어져도 면역력은 30%나 떨어지기 때문이다.
체온이 36도 아래로 내려가면 당뇨병이나 골다공증, 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등과 같은 질환에 걸리기 쉽다. 우리 몸에는 하루 5,000개의 암세포가 생기지만 면역력에 문제 없다면 암세포가 종양으로 성장하는 일은 없다.
실제로 일본 종양내과 전문의 사이토 마사시는 자신의 책 ‘체온 1도가 내 몸을 살린다’에서 “정상 체온보다 낮은 사람은 세균이나 유해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이를 물리치는 발열작용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아 병에 걸리기 쉽다”고 했다. 체온을 1도만 올려도 스트레스에 강해지고 병들지 않는 건강한 몸으로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체온 떨어지면 암세포 증식”
정상 체온은 36~37.5도다.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6.5도가 몸의 신진대사와 혈액순환, 면역체계 작동 등이 가장 활발한 온도”라고 했다.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대사라고 하며, 대사 과정에 필요한 것이 효소다. 효소는 체온이 36~37.5도일 때 그 반응이 가장 활발하다. 정상 체온으로 알려진 36.5도는 몸의 신진대사와 혈액순환, 면역체계 작동 등 생명유지 활동에 관여하는 효소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온도다.
물론 모든 사람의 체온이 정확히 36.5도라야 정상은 아니다. 체온은 나이, 성별, 활동량, 스트레스 강동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보통 고령인은 건강한 성인보다 체온이 0.5도 정도 낮다. 활동량이 적은 밤에는 체온이 낮보다 0.5도 정도 낮다. 그러나 질병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36~37.5도를 유지한다.
체온이 1도 정도 낮아지면 몸의 대사작용은 12%정도 줄어든다. 이용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내 대사율이 떨어지고 혈액순환이 활발하지 못하면 세포나 조직의 기능이 나빠져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고 했다.
또한 최근 미국 예일대 엘린 팍스먼 박사 등은 지난해 1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추위로 온도가 낮아질수록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선천성 면역반응이 약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체온이 이 같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우리 몸은 곧바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생체작용을 한다. 피부에 있는 온도 수용체에서 뇌 시상하부에 체온조절을 위한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시상하부는 갑상선, 교감신경, 대뇌피질, 근육에 신호를 보내 체온을 올리게 만든다. 교감신경은 체온이 정상범위보다 낮으면 땀샘을 닫고 혈관을 좁혀 열 방출을 막는다.
하지만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는 등의 이유로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 때는 겨드랑이나 구강체온은 저체온 시 정확한 중심체온을 반영할 수 없기에 직장체온으로 잰다)이 생긴다. 저체온증이 되면 가장 먼저 몸이 떨리는 오한이 생긴다. 이후 낮은 기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된다. 이로 인해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제대로 걸을 수 없고, 착란 증세까지 나타난다.
체온이 33도로 내려가면 근육이 딱딱해지고, 30~31도가 되면 의식이 없어지고, 29도가 되면 맥박과 호흡이 느려지고, 28도 이하로 떨어지면 반사기능이 없어지고, 호흡부전, 부종, 폐출혈, 저혈압, 혼미, 심실세동 등이 되면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체온이 떨어지면 암 발생이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35도가 암세포가 증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조승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순환기내과 교수는 “암세포는 고열에서는 성장하지 못하지만 정상 체온보다 1.5도 낮은 35도는 암세포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라며 “몸의 면역체계는 36.5도 이상에서 정상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열성질환이나 고열을 앓았던 암환자는 암이 완치되거나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부추ㆍ생강ㆍ쑥ㆍ계피ㆍ소간, 체온 상승에 도움”
정상 체온보다 체온이 밑도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이 운동량이 부족해서다. 근육은 몸 안에서 열을 만드는 핵심적인 기관이다. 근육이 많을수록 체온이 높게 유지된다. 추위를 잘 타지 않는 사람은 지방이 많아서가 아니라 근육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숙면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체온이 떨어지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열이 달아오른다고 표현하는데 속은 냉해지게 돼 체온은 오히려 저하된다. 이밖에 과식도 체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과식하면 몸 속 피가 위로 40%가량 몰려 몸 속 곳곳에 퍼져야 하는 혈액이 장시간 소화기관에 묶여서 체온저하가 생긴다.
체온을 올리려면 꾸준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 운동으로는 땀이 약간 날 정도 운동(조깅, 에어로빅 등)을 자주 하도록 노력하고, 햇볕을 많이 쬐고, 수시로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자기 전에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스트레스가 생기면 쌓아두지 않도록 자기 나름의 해소법을 찾아야 한다. 박경선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교수는 “차다고 무조건 옷을 껴입고 땀내는 방법은 오히려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옷은 가볍고 공기를 많이 함유해 땀을 잘 흡수하는 면직물이 좋다”고 했다. 몸매 보정을 위한 속옷이나 꽉 쥐는 스키니진, 레깅스는 순환을 방해하고 신진대사를 저해하므로 체온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부 음식도 몸을 따뜻하게 하고 체온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하고 체온을 높이는 음식으로 부추, 생강, 쑥, 계피, 소의 간, 콩, 우유, 찹쌀 등을 들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반대로 우리 몸을 차게 만들고 체온을 떨어뜨리는 음식으로 돼지고기, 참외, 녹두, 밀가루, 오리고기 등”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체온을 떨어뜨리는 생활습관>
-근력운동이나 걷기를 하지 않는다.
-찬 성질의 음식을 많이 먹는다.
-소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해열제, 진통제, 항암제 등을 자주 먹는다.
-노출이 심한 옷을 즐겨 입는다.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신다.
-가볍게 샤워할 뿐 입욕하지 않는다.
-냉방기기 사용시간이 매우 길다.
<자료: 강동경희대병원>
<체온이 36도 이하로 계속 떨어질 때 증상>
오한→ 혈관 수축→ 가벼운 착란→제대로 서지 못함→맥박과 호흡이 느려짐→심장 정지→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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