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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시종 웃음꽃… 옆집 금보다 신난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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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시종 웃음꽃… 옆집 금보다 신난 동메달

입력
2018.05.07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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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

한반도기에 ‘송이 바보, 은총 언니’

서로 놀리며 친자매처럼 화기애애

시상대 위로 태극기·인공기 나란히

8월 아시안게임 다시 뭉칠 생각에

“힘 합쳐 다음엔 더 좋은 성과 내자”

북한 김송이(오른쪽)와 한국 유은총(가운데)이 6일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활짝 웃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북한 김송이(오른쪽)와 한국 유은총(가운데)이 6일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활짝 웃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시상대 위에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나부꼈다.

6일(한국시간) 2018 세계탁구선수권(단체전)이 열린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특별한 시상식이 열렸다. 여자단체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이 일본을 꺾고 대회 4연패에 성공한 가운데 동메달 시상대에는 일본에 진 남북 단일팀 선수와 중국에 패한 홍콩 선수들이 사이 좋게 자리 했다. 남북 선수들은 며칠 전 갑자기 합쳐졌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한국의 전지희(25) 유은총(24ㆍ이상 포스코에너지) 양하은(24ㆍ대한항공) 서효원(30ㆍ한국마사회) 김지호(18ㆍ삼성생명), 북한의 김송이(23) 김남해(22) 차효심(23) 최현화(25)가 사이사이 섞여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었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9명은 끊임없이 대화하며 깔깔댔다.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김송이 바보, 유은총 언니'라고 써 있는 소형 한반도 기를 들고 있는 유은총. 연합뉴스
'김송이 바보, 유은총 언니'라고 써 있는 소형 한반도 기를 들고 있는 유은총. 연합뉴스

북한 에이스 김송이는 일본과 준결승에서 끈질긴 플레이와 더불어 점수를 낼 때마다 엄청난 파이팅으로 세계 톱 클래스 선수인 상대 이시카와 카스미(25ㆍ세계 랭킹 3위)의 신경을 긁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코트 밖에서는 누구보다 유쾌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김송이 바보 사건’의 전말도 밝혀졌다. 4강전 직후 선수들은 소형 한반도기에 서로 이름을 써서 나눠 가졌는데 김송이는 유은총에게 ‘김송이 바보, 유은총 언니’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유은총은 “훈련 때 한 세트 경기를 했다. 제가 송이를 이기고 나서 ‘바보’라고 놀렸는데 그걸 송이가 적었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미소 지었다. 유은총이 “더 연습해서 송이가 다음에는 저를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김송이는 “이길라 하다가 체면 봐서 한 번 져줬는데 언니가 너무 좋아해서 내가 져주길 잘 했구나 생각했다”고 농담했다.

시상식 내내 깔깔 웃으며 우정을 보여준 남북 선수들. 대한탁구협회 제공
시상식 내내 깔깔 웃으며 우정을 보여준 남북 선수들. 대한탁구협회 제공

남북 탁구는 그 동안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 우정을 쌓아왔다. 탁구협회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해도 될 지 모르지만 북한 관계자들이 우리 지도자 방으로 와 가끔 소주도 한 잔 하곤 했다”고 귀띔했다.

선수들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쁜 듯 했다. 유은총이 “또 만날 기회가 있으니 더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김송이 역시 ”힘을 합쳐 다음에는 더 좋은 성과를 내자“고 화답했다.

탁구협회는 8일 선수단이 귀국하는 대로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아시안게임에는 남녀 단식과 혼합복식, 남녀 단체전 등 5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단식은 국가별로 남녀 각 2명, 혼합복식은 2개 조가 참가할 수 있다. 단체전 출전 엔트리는 5명이다. 탁구협회는 단체전은 남북 5명씩 10명, 남녀 단식은 2명씩 4명, 혼합복식은 2개 조씩 4개 조가 출전해 단일팀이 되더라도 기존 2개국 출전 엔트리를 유지해 선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국 남자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이상수(28ㆍ국군체육부대)와 정영식(26) 장우진(23ㆍ이상 미래에셋대우)을 앞세워 세계랭킹 2위인 ‘백전노장’ 티모 볼(37)이 버틴 독일과 명승부를 펼쳤지만 게임스코어 2-3으로 아깝게 패해 여자 단일팀과 동반 동메달에 만족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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