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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땐 중소기업에 피해 집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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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땐 중소기업에 피해 집중” 우려

입력
2017.10.17 17:5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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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추가비용 12조 추산

주야 2교대 근무 3교대로 바꿔야

인력 50%가량 더 필요한 셈

휴일 근무해야 월300만원 받아

근로자들도 “임금 축소” 하소연

“지금 12시간 주야간 2교대로 공장을 돌리고 있는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3교대로 근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인력이 50%가량 더 필요해진다.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을 1.5배 줘야 하는 연장근무를 시키고 싶은 경영자가 어디 있겠는가. 도금 같은 기피 업종에서 일하려는 내국인을 찾기 힘들다. 외국인 근로자를 구해야 하는데 이마저 쿼터가 묶여 채용하기 어렵다.”(중소 도금업체 신모 사장)

“연장근무 휴일 근무를 꽉 채워도 월 300만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나마 일감이 끊기지 않는 게 고마운 처지다. 근무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줄어들면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 누구와 일자리를 나누라는 것인지 답답하다.“ (중소 금형업체 근로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작업이 여야 간 견해차로 늦어지자, 정부의 행정해석 변경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물론 근로자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최저임금 인상은 돈으로 해결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돈으로도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원자폭탄이라면 근로시간 단축은 수소폭탄급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국회에는 근로시간을 주(週)당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휴일 연장근로수당의 중복할증 ▦특별연장근로(주당 8시간) 허용 ▦업체 규모별 적용 시기 등에서 여야가 이견을 보여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일자리 나누기’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의지만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 들어 국회를 압박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피해가 중소 제조업체에 집중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기업들의 추가 비용은 12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70%(약 8조6,000억원)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일수록 초과근무와 휴일근로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뿌리 산업은 만성적 인력 부족 때문에 초과근무 비중이 높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뿌리 업종의 경우 주당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업체가 40%에 달하고,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업체도 14%나 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도 휴일근로를 실시하는 중소기업들은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53.5%), ‘절대 인력 부족’(18.1%)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더라도 대기업은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설비나 인력을 늘릴 수 있지만, 중소 납품업체는 그럴 인력 확보도 설비 증설 능력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기업규모별로 근로시간 단축 시행 시기를 달리했지만, 행정 해석 변경은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욱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소기업도 근로시간 단축에 참여해야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악순환이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기업 규모별 단계적 적용이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이라도 여건을 핑계로 장시간 근로 관행이 계속된다면,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며 “중소기업들도 근로시간 단축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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