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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역사,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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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역사,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요”

입력
2018.01.31 15:1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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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 세금 부담 줄여주기 위해

일부러 경지 면적을 낮춰 잡아

조선사에 대한 선입관을 깨야

29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58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릴레이 콘서트에서 학술 부문 수상작 '조선의 생태환경사'의 저자 김동진 한국교원대 강사가 자신의 연구 출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9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58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릴레이 콘서트에서 학술 부문 수상작 '조선의 생태환경사'의 저자 김동진 한국교원대 강사가 자신의 연구 출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식민사학 극복을 외치다 보니 그동안 열등감을 깰 수 있는 주장이라면 역사학계는 일단 용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럴 듯해 뵈는데 파고들면 빈 구석이 많아요. 그걸 메워 나가는 작업이 이제 시작이라서 하고 싶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 자리에 선 김동진 한국교원대 강사의 말이다. 김 강사가 쓴 ‘조선의 생태환경사’는 호랑이, 황소, 목화, 나무, 담배, 고추, 숲 등의 변화추이를 되짚어 가면서 조선사를 다시 읽어 낸 아주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책은 ‘조선의 생산력 발전이 지지부진했다’는 선입관 깨기에서 시작했다. 일제는 조선이 퇴보한 사회였다고 주장했다. 광복 후 우리 학자들은 일제의 주장에 반박하려 했으나 마음이 급한 만큼 연구에는 허점이 있었다. “가령 경작지 면적을 파악했을 때 조선 초 170만결이란 수치가 나옵니다. 이후에 이 수치를 넘어서지 못해요. 이걸 보고 조선은 생산력이 쇠퇴했다고 결론짓습니다. 그런데 성리학적 이념은 절용이애인(節用而愛人), 아끼고 아껴서 백성을 사랑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공식적 세금은 어떻게든 줄여 주려고 해요. 실제 경지면적이 줄어드는 게 아닌데도 자꾸만 낮춰 잡는 겁니다. 이게 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조선총독부의 토지조사사업이에요. 이때 조사해 보니 농지 면적이 440만㏊로 파악됩니다. 조선 초 150만~170만결을 환산하면 100만㏊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에 비하자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죠. 이걸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29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조선의 생태환경사' 저자 김동진 한국교원대 강사가 조선시대에 대한 오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9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조선의 생태환경사' 저자 김동진 한국교원대 강사가 조선시대에 대한 오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귀하디 귀하다는 ‘산삼’에 대한 고정관념도 깼다. “조선 초 우리 숲은 원시림이었습니다. 이때는 산삼이 흔했어요. 기록을 보면 쌀 떨어지면 구황식품으로 산삼을 먹으라는 얘기도 보이고, 산삼 한 근 가격이 쌀 한 말밖에 안 된다는 기록도 있어요. 그런데 숲이 무너지고 민둥산이 되면서 음지에서 자라는 산삼이 점점 귀해지는 겁니다.”

문화재 관련 얘기가 나올 때마다 복원을 위한 유일한 자재처럼 여겨지는 소나무 문제도 마찬가지다.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부석사 무량수전에 가 보세요. 그 기둥이 뭐로 되어 있습니까. 소나무 아닙니다. 느티나무입니다. 소나무는 200~300년만 써도 수명이 다합니다. 그런데 느티나무는 무량수전에서 보듯 700~800년을 너끈하게 버텨 냅니다. 지금도 무량수전 기둥을 두들겨 보면 콘크리트처럼 단단합니다.”

이런 얘기들은 파고들면 들수록 민감하다. ‘전통’이란 권위에 기대어 살아가는 관계자들에게는 그다지 이롭지 않은 얘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강사의 입장은 단호했다. “제가 고등학교 교사를 7년 했습니다. 그때 아이들 질문에 답하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게 많았습니다. 그간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감고 넘어갔던 비상식적 얘기들을 상식으로 되돌려놔야 합니다.”

연구할 거리는 많다. “간혹 우리는 중국에 비해 자료가 빈약하다는 말을 듣는데, 제가 보기엔 자료 많습니다. 중국은 땅이 크고 인구가 많으니 자료의 양이 많을 뿐이고요, 자료 자체의 밀도는 우리가 훨씬 높습니다. 후속 연구로 보여 드릴게요.”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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