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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표향 기자

등록 : 2017.12.27 17:45
수정 : 2017.12.27 18:27

나문희가 더 특별했던 건 ‘76세 그녀이기 때문에’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연기 인생 56년 첫 주연상

등록 : 2017.12.27 17:45
수정 : 2017.12.27 18:27

[2017 문화인물 / 영화]

나이 들수록 빛나는 배우 나문희

일주일 간격으로 상 휩쓸어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올해 각종 영화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나문희. 리틀빅픽처스 제공

더서울어워즈 영화부문 여우주연상(10월 27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11월 9일),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11월 25일), 국제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12월 5일), 한국영화감독조합 주최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여자배우상(12월 7일), 여성영화인모임 주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12월 12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여우주연상(12월 19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최 대한민국 톱스타상(12월 28일).

배우 나문희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받은 트로피들이다. 나문희는 지난 10월부터 2개월간 거의 보름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상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열린 영화 시상식을 모조리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수상 행진이 금방 멈출 것 같지도 않다.

나문희의 수상이 더 특별한 이유는 현역 배우로서 당당히 거머쥔 ‘주연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기 인생 56년 만에 처음 받는 주연상이다. 올해 나이 76세로 국내외에서 고희를 훌쩍 넘긴 배우가 주연상을 받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앞서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출연한 윤정희가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지만 당시 나이 66세로 나문희보다 한참 일렀다.

나문희의 관록으로 빚어진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용기 있는 증언을 담은 작품이다. 구청 직원들을 벌벌 떨게 하는 ‘민원왕’ 나옥분(나문희) 할머니가 구청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에게 영어를 배우는 이야기를 휴먼코미디로 풀어내면서 나옥분이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사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괴팍하지만 정이 많고 단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나옥분 캐릭터는 나문희가 아닌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 어렵다. 관객들이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연대의 감정까지 갖게 되는 건 나문희의 연기가 그만큼 울림이 크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아이 캔 스피크’의 327만 관객 동원과 나문희 연기에 대한 호평은 한국 영화계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남자 캐릭터가 득시글거리는 범죄 액션 장르가 아니면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믿는 충무로의 편견과 게으름을 일깨우는 경종이자 통쾌한 일격이었다. 단지 영화 창작자들이 의지가 없었을 뿐, 여자 캐릭터를 내세우고도, 또한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 없이도, 충분히 의미 있고 상업적으로 인정받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76세 노년 배우 나문희가 증명했다. 나문희에게 쏟아지는 환호와 수상 릴레이가 상징적 의미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범죄 영화 일색인 상업 영화판에서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는 사실상 거의 유일하게 여자 캐릭터의 존재감을 보여줬다”며 “인생의 깊이가 담긴 연기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평했다. 한 영화 홍보사 대표도 “위안부 피해자라는 소재로 폭넓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김현석 감독의 뛰어난 연출 못지않게 나문희라는 배우가 지닌 힘도 컸다”며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는 여자 배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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