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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댐 붕괴 현장 3信] 길이 770m 높이 25m 거대한 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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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댐 붕괴 현장 3信] 길이 770m 높이 25m 거대한 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충격

입력
2018.07.29 17:26
수정
2018.07.29 20:5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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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사고 전날 438㎜ 폭우

범람하면서 둑이 쓸려 내려갔다”

유실이냐 붕괴냐 논란 가열

“물 빠지며 생긴 검은 선

유실 뒤 남은 댐 높이와 비슷

평소 높은 수위 유지했다는 증거”

현지인은 댐 운영상 문제 주장

사고 닷새만인 28일 공개된 라오스 참파삭주의 세피안-베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 현장을 찾은 한국 취재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보조댐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원래는 왼쪽에 놓인 노란 경계석의 둑이 사진 우측 끝으로 연결돼 있었다. 멀리(사진 중앙 멀리) 수몰돼 죽은 나무들이 검게 보인다.
사고 닷새만인 28일 공개된 라오스 참파삭주의 세피안-베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 현장을 찾은 한국 취재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보조댐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원래는 왼쪽에 놓인 노란 경계석의 둑이 사진 우측 끝으로 연결돼 있었다. 멀리(사진 중앙 멀리) 수몰돼 죽은 나무들이 검게 보인다.

붕괴 사고 닷새만인 28일 오후 찾은 라오스 남부 참파삭주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세워져 있던 현장에는 황토빛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쏟아져 나온 물로 깊게 패인 웅덩이로 물이 떨어지면서 생긴 ‘폭포’ 탓이었다. 수몰돼 죽은 까만 나무들이 이곳에 댐이 있었다는 사실은 말해주고 있을 뿐, 길이 770m, 높이 25m에 달했던 거대한 댐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었다

무너진 댐이 서 있는 이곳은 현지에서 푸꽈이(버팔로ㆍ미국산 물소)산으로 불리는 곳. 해발 900~1,000m의 고원지대로 산세가 사나운 버팔로를 닮아 라오스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안내를 맡은 가이드는 “험준한 산세 때문에 수력발전댐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버팔로가 결국 아래 마을을 짓밟은 셈이다.

범람으로 인한 댐 유실이냐 부실공사로 인한 댐 붕괴냐의 논란은 이날 현장에서도 계속 됐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댐과 관련해 SK건설 관계자는 “돌과 흙으로 쌓은 사력(沙礫)댐이기 때문에 둑이 한번 유실되기 시작하면 모두 쓸려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SK건설은 이날 그간 자체 측량한 강수량까지 제시하며 폭우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고 전까지 1,000㎜ 이상 비가 내렸고, 사고 전날인 22일 하루에만 438㎜의 비가 내리면서 범람하면서 둑이 쓸려 내려 갔다는 것이다.

한편 현장에 동행한 한 현지인은 “저 정도 높이의 나무들까지 수몰돼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수위 조절 등 댐 운영 상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무너진 댐과 함께 일종의‘물그릇’을 형성했던 인근 산들의 허리에는 물이 빠지면서 검은 선이 생겼는데, 그 높이가 유실되고 남은 댐의 높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라오스에는 6~8월 많은 비가 내리고 이 때문에 길이 잠기거나 끊겨 학교들이 방학에 들어간다. 많은 비가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도 댐이 상당히 높은 수위로 물을 가둬놓고 있었다는 뜻이다.

사고 원인을 두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댐 현장은 댐 건설사와 댐 운영사 사이의 본격적인 논란을 예고했다. 신성순 주 라오스대사는 29일 취재진에게 “라오스 정부는 자연재해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도 “인재(人災) 가능성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군경이 접근을 막고 있던 댐 사고 현장에 사전 양해를 구해 찾았지만 라오스 군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출동, 한국 취재진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군경이 접근을 막고 있던 댐 사고 현장에 사전 양해를 구해 찾았지만 라오스 군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출동, 한국 취재진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아타푸주 마을을 덮쳤던 물이 빠지면서 구조 활동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사망ㆍ실종자 수는 변동이 없다. 라오스 정부가 피해를 축소하기에 급급하다는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한 현지인은 “정부가 사망자 수를 26명으로 발표한 이후에 현지인으로 구성된 한 구조팀에서만 9구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며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피해자 수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자 라오스 정부는 이날 관영매체 비엔티안타임스를 통해 “소셜미디어와 외신들이 사망ㆍ실종자 수를 과장하고 있다”면서 “가짜 뉴스를 생산하거나 퍼 나르는 것은 라오스의 형법, 사이버범죄 예방법, 언론법, 총리령을 위반하는 범죄”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 때문인지 사전 취재 양해를 구했음에도 라오스 군 관계자들이 댐 붕괴 현장으로 출동, 취재진의 활동을 감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28일 오후 라오스 팍세공항으로 도착한 한국 정부 구호물자를 라오스 군인들이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분럿(59) 참파삭주 대외협력국 부국장은 "구호 인력과 물자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100여명의 인력을 대기시켰다"며 "태국과 호주에 이은 세번째 항공기 물자 수송"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공항 최고책임자인 쏨퐁 씨하원(50) 소장 등 군인 외에도 50여명의 정부 관계자들이 공항으로 나와 구호물자 하역을 지켜봤다.
28일 오후 라오스 팍세공항으로 도착한 한국 정부 구호물자를 라오스 군인들이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분럿(59) 참파삭주 대외협력국 부국장은 "구호 인력과 물자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100여명의 인력을 대기시켰다"며 "태국과 호주에 이은 세번째 항공기 물자 수송"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공항 최고책임자인 쏨퐁 씨하원(50) 소장 등 군인 외에도 50여명의 정부 관계자들이 공항으로 나와 구호물자 하역을 지켜봤다.

사고 원인 조사와는 별도로 한국 정부는 구호 물자와 인력 지원을 약속하는 등 이번 사고가 반한 감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신성순 대사는 이날 오전 팍세국제공항에서 손사이 시판돈 라오스 경제부총리, 파니 야터투 국회의장, 부아린 공파찬 참파삭주 부지사와 연이어 면담을 갖고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신 대사는 “라오스 측은 일회성 관심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삶의 터전 복원을 위한 마을재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라오스 농촌개발 지원사업 계획을 남부지역으로 조기에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관련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가 집중된 버팔로산 아래의 아타푸주는 라오스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다.

팍세(라오스)=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신성순 주라오스 대사가 29일 오전 팍세 공항에서 재해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사이 시판돈 경제부총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성순 주라오스 대사가 29일 오전 팍세 공항에서 재해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사이 시판돈 경제부총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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